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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ㅣ자연ㅣ뉴스

행복의 비밀

by 라폴리아 2011. 3. 26.

 

행복의 비밀 중 하나는 아무리 긍정적인 상황에 있더라도 그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행복감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과 결혼하여 함께 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몇 년을 가지 않아 사랑도 행복도 시들해진다. 취업하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 유수한 기업에 입사하기만 하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입사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은 채 승진에 목을 매게 된다. 허리끈을 졸라매며 악착같이 저축한 돈으로 전세살이 청산하고 내 집을 마련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내 집 마련의 기쁨은 잠시일 뿐 곧 집이 초라하고 좁게만 느껴진다.

행복감은 지속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행복감은 일시적일 뿐 지속되지 않고 시들해지면서 사라지는 것일까? 왜 우리는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 채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매력을 느끼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의 적응 현상 때문이다. 인간은 동일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접하면 그에 대한 반응이 감소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적응(adaptation)이라고 한다. 적응은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심리적 성향을 의미하며, 둔감화(desensitization) 또는 습관화(habituation)라고 불리기도 한다.
적응 현상은 쾌락과 행복에 대해서도 일어난다. 쾌락은 유쾌한 긍정적 경험이기 때문에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는 동시에 반복적으로 경험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쾌락적인 자극을 반복적으로 접하면 그 유쾌함의 강도가 감소한다. 처음에는 매우 유쾌한 경험이었지만 그 경험을 반복하면서 쾌감이나 흥미가 저하되는 경우는 흔하다. 이러한 적응 현상은 인간의 삶에 보편적인 것으로서 행복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인간은 변화에 민감하고 반복에 둔감한 존재다. 새로운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지속적으로 항상 주어지는 자극에는 둔감해진다. 이러한 인간의 적응 현상을 잘 보여주는 고전적인 연구가 있다. 미국 노스웨스튼 대학에 재직하는 심리학자인 브릭만(Brickman)과 동료들은 복권당첨자와 척추손상환자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조사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꿈을 꾸며 매주 복권을 산다. 당첨되어 거액의 돈을 한꺼번에 거머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들의 행복감은 얼마나 지속되는 것일까? 반면에 사고로 척추를 손상 당해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절망적일까? 그들은 불행감을 어떻게 견뎌내는 것일까?

브릭만은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22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행복도 추이를 조사했다. 대다수의 복권당첨자들은 당첨 초기에는 행복감이 급격하게 상승했지만 채 1년이 되지 않아 행복도가 당첨 이전의 수준으로 복귀했다고 보고했다. 일부 당첨자들은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이웃에 비해서 일상적인 생활에서 느끼는 즐거움의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권당첨으로 의식주의 수준이 급격히 향상되었지만 곧 그러한 생활에 적응되어 특별한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한 브릭만은 사고로 사지가 마비되어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29명의 행복도를 조사했다. 이들은 초기에 절망감에 휩싸여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대부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행복도가 서서히 회복되었다고 보고했다. 물론 이들의 행복도는 전반적으로 복권당첨자들보다 낮았지만 미래의 행복 예측치와 일상적 활동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복권당첨자보다 오히려 약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변화에 민감하고 반복에 둔감하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커다란 행운 또는 불운을 경험한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의 삶을 더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격한 삶의 변화를 겪더라도 그러한 삶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적응 현상은 오랜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인간의 유기체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적응 과정은 특정한 감각을 유발하는 외부 자극에 우리가 압도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기능을 한다. 쾌감이든 고통이든 새로운 감각은 우리를 흥분하게 하여 주의를 분산시킨다. 생존을 위해서는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러한 흥분상태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이 유익하기 때문이다. 또한 적응 현상은 우리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민감해지도록 돕는다. 생존을 위해서는 특히 환경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하고 그에 대처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주어지는 동일한 자극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빼앗기고 있다면,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새로운 변화에 계속적으로 적응하면서 중립 상태로 복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특정한 긍정적 환경변화로 인한 행복감은 오래도록 지속되기 어렵다.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열정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식게 마련이다. 열망하던 목표를 이룬 성취의 기쁨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자 인생의 비밀이기도 하다.
물론 어떤 상황은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예컨대, 배우자를 잃은 사람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울감이 감소하지만 2년 후에도 여전히 상당한 우울감을 지닌다는 보고가 있다. 치매환자를 둔 가족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고통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반복적으로 주어지는 소음이나 매일 경험하는 출퇴근 스트레스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 자극으로 알려져 있다. 소음으로부터 차단된 사무실이나 주거 공간, 그리고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비결

“인간은 반복에 둔감하고 변화에 민감하다”는 사실 속에 행복의 비밀이 숨어있다. 인간은 항상 주어지는 것보다 새로운 것에 민감하다. 행복감은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반응이다.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면,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삶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해보라.
점심식사 메뉴를 가끔씩 참신한 것으로 바꿔보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퇴근길의 코스를 다르게 해보고, 자신의 외모나 행동에 변화를 주고, 가족과 함께 새로운 여가활동을 시도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창의성 발휘가 중요하다.
아울러 일상적인 삶 속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우리의 삶은 매일 똑같지 않다. 다만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미세한 것이라도 매일 조금씩 일어나는 긍정적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은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고 발굴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이미 주어진 수많은 혜택을 자각하면서 감사함과 축복감을 느끼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사람들의 비결이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가 2,000여 년 전에 한 명언을 마음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대여, 그대가 갖지 못한 것을 상상함으로 인해서 그대가 이미 갖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훼손하지 말라. 그대가 지금 갖고 있는 것은 과거 한 때 그대가 갖기를 열망했던 것임을 잊지 말라.”

 

  출처 : KB NEWS LETTER M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