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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의 향연

by 라폴리아 2018. 4. 14.

향원재에서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때는 4월과 10월이다. 4월이 꽃을 피우고 새 순을 돋우는 시작의 다름다움이라면 10월은 나뭇잎이 단풍으로 물드는 결실의 아름다움이다. 단지 4월과 10월의 풍경만을 비교한다면 나는 단연 4월이다. 생동감이 넘치는 4월 풍경에 훨씬 더 마음이 끌리기 때문이다.

반면 4월은 고단함의 다른 시작이다. 4월은 밭 갈고 씨 뿌리고, 풀 뽑고, 소독하고, 수확하는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향원재에 다다를 즈음 청천강과 어우러진 산은 온통 꽃과 연록의 새싹이 마치 수채화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연록이라고 다 같은 색이 아니다. 싹이 돋는 순서와 햇볕의 양에 따라 연하기도 하고 진하기도 하며,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며, 나무마다 또 특유의 색깔을 달리한다.

이맘 때면 뒷밭에서 쟁기질하며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우렁찬 목소리로 소를 모시던 할아버지와, 과수원 일로 바쁘기 시작하는 아버지의 생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래서 4월은 또 그리움이다.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우중충한 날씨를 보였다. 빨라야 한 주일 만에 내려오니 한 번 내려오면 내려오기 전에 계획했던 일은 물론이거니와 눈에 보이는 일들을 닥치는대로 하나라도 더 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집사람이 연수 갔다가 얻어온 야생화를 심고 상추 아욱 쑥갓을 파종하고, 진공포장해서 보관할 파를 뽑아다 다듬고 씻어서 물기를 제거하였다. 내일 아침에 진공포장기를 시운전 겸 한 번 사용해봐야겠다.

 

그래도, 기타 레슨을 3일 전에 받기 시작하고 받아온 숙제를 또 완수해여야 해서 바깥일이 바쁜 중에도 틈나는대로 연습을 하였다. 나이 육십이 돼서 시작해서 숙달 속도가 너무 느리다. 잘 외워지지도 않고, 손가락도 말을 잘 안 듣는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머리가 아둔해지고 나서 시작했으니 손가락이 고생하는 수밖에....ㅋㅋ



왼쪽으로 먼 산이 사랑산, 우측이 흑백산이다.








향원재를 찾은 꿩

블루베리나무 사이에 있는 꿩을 300㎜ 망원렌즈로 당겨 찍었다. 원래 조심성이 많은 동물이라 땅을 쪼으다가도 자주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저기 저 돌무데기 가운데 우뚝 하니 보기 싫게 무성하게 자란 뽕나무를 베어내려다, 밑둥에 검불을 쌓아놀고 불을 질러 버렸다.

앞에 보이는 밭에 퇴비와 비료를 뿌리고, 트랙터 작업에 걸릴돌이 될 만한 돌맹이를 한참 주워냈다. 로타리 작업과 비닐씌우는 일을 신백용씨한테 부탁해놨다. 작업 면적이 약800㎡ 정도 되는데 이것도 올해 전부 경작할건 아니고, 30~40%만 옥수수와 토마토·고추·가지·당귀·오이 몇 포기씩 따먹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기 떄문에 올 농사가 그리 부담되는 건 아니다.  


그리 공을 들였던 체리, 블루베리, 포도, 머위, 부지깽이가 거의 고사하였다.

원인은 퇴비를 잘못 줬던지 아니면 혹독했던 겨울 추위인 것 같다.

특히 체리는 올해 좀 달릴 걸 기대했는데, 집사람한테 내가 키운 체리맛 한 번 보여줄 걸 엄청 기대했는데 말이다.

체리는 몇 가쟁이만 살았고, 포도는 며칠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머위는 몇 포기만 살았고, 블루베리도 30%는 살아있는듯.

너무 기대를 넘어 집착에 가까워서 실망이 더 컸던 건 아닌지....

이쁘거나 말거나 얘 쟤 다 나름 역할이 있는건데 유독 몇 아이만 귀여워 해준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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