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찬바람이 불면 문득
옷은 뜨듯하게 입으셨을까
보일러는 따끈하게 트셨을까
눈이 내려도 문득
고샅길이 미끄럽지는 않을까
소나기다 내리면 문득
밭에서 비를 맞지는 않으셨을까
비 맞고 고뿔 안 드셨울까
맛있는 음식을 대하면 문득
같이 드시면 좋을 텐데
좋은 볼거리를 대해도 문득
같이 구경하시면 좋을 텐데
TV에서 가요무대가 나오면
아 이거 보고 계실까
그러다 이 세상에 안 계시다는 걸
깨닫는 순간 밀물처럼 밀려오는
그리움
울 밑에 귀뚜라미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도 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엄마 찾으며 날아갑니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시골길 뒷산길이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