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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괴산, 장자봉1

by 라폴리아 2014. 11. 8.

백 번 앉으면 백만장자 된다는 장자바위와 장자터

 

어릴 적부터 삽작거리를 나가면 늘 남쪽에 우뚝한 장자봉이 눈에 들어왔다. 다리골 한동골을 품고 있는 높고 깊은 산, 비구름이 넘어오는 산, 초등 때 한 번 시뻘건 불길을 내며 타던 산, 동네에서 이름난 산꾼들이나 올라가는 산, 초딩 때 수시락골에 동네 친구들과 벚 따고 엄마와 도토리 줏으러 올라갔다가 개고생했던 산. 이게 장자봉에 대한 나의 기억 전부였다.

 

 

신촌 마을 뒷동산에서 보는 장자봉

 

장자봉에 올라보고 싶은 생각이 든 건 등산에 흥미가 붙으면서부터. 그렇지만 시골 내려와서 시간 내기가 어려웠고, 등산로도 없을 해발 600m를 넘는 높은 산에 선뜻 발을 내딛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 문득 장자봉을 검색하다가 중원대학교 이상주 교수님의 장자봉과 관련된 글을 읽고 장자봉에 올라보는게 더욱 간절해졌다. 백 번 앉으면 백만장자가 된다는 장자바위와 정상 부근의 평평하고 넓직하다는 장자터가 너무 보고 싶었고, 내가 나고 자란 화산리와 이곡리, 유평리, 양곡리, 장암리 등 사방을 장자봉에서 조망해보고 싶었다. 마침 이번 주말에 동생과 메주콩을 떨러 내려온 참에 시간이 냈다.

 알만한 사람에게 등산로를 물어봤지만 모두 모른다고 하여 인터넷으로 지도를 검색하고, 연무 낀 토요일 아침에 간단히 채비를 하고 기어코 월현 마을에 들어섰다. 하지만, 아무래도 코스가 불확실하여 월현 마을 사람들한테 한 번 물어볼 참이었는데 마침 화곡32회 후배를 만나 조언을 듣고....

 

 

애초 들머리로 생각한 응달말 입구부터 오르기 시작하였다. 어느덧 늦가을로 접어든 월현 마을의 풍경이 참 아름답게 다가왔다.

노란 은행잎 하며, 잎 다 떨군 감나무 가지 끝에 엄청 많이 매달려있는 빨간 감 하며, 원다리골 뒷산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풍경 하며...

 

 

병목안의 별장 오른쪽 도랑을 건너...

 

 

길지 않은 계곡인데 가을 가뭄에도 유수량이 많다.

도랑 오른쪽의 넓직한 길을 따라 100m 올라가서 전주이씨묘 비석 뒷편으로 길 없는 산비탈을 타고 오른다.

 

 

멧돼지가 목욕한 진흙탕

 

 

30분만에 방울미에서 올라오는 능선에 올라섰다. 뒤에 나무에 가린 데가 방울미.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데가 장자봉. 정상까지는 이런 낙엽길이 계속된다.

무언가 지나간 흔적이 역력한데 발자국은 멧돼지가 틀림없다. 은근히 멧돼지가 걱정되었다.

 

 

 해발 623m 장자봉 정상. 어느 산꾼이 돌비석과 표지판을 정성스레....

 

표지판에는 585m로 돼 있으나 내가 사용한 앱에는 623m. Daum이나 Naver 지도에는 600m 등고선이 있으니 600m는 넘는게 확실하다.

 

장자봉은 옛날 장자라는 도둑이 무리를 이끌고 살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이 도적들은 식량을 도적질하고, 가을에는 직접 벼를 타작해 갔다고 하며 지금도 그들이 타작하던 곳을 '마당뱀이' 라 한다. 이 도적들은 도적질로 매우 호화롭게 생활하였으며 특히 두목인 장자는 수많은 금을 갖게 되었는데, 부하들에게 의심이 많아 감출 곳을 찾던 중 깊은 우물을 파고 그 밑에 금을  보관하고, 그 곳에는 두목인 장자 이외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런데 장자가 죽은 뒤에 그 부하들이 그 보물을 찾으려고 했지만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끼고 비가 쏟아지며 벼락이 내려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 뒤로는 그 곳을 파기만 하면 비가 온다고 한다. <청안면 장암리,김흔식/설화(1982)>

 

 

장자바위

백 번 앉으면 백만장자기 된다는 전설이 있는 장자바위는 장자봉에서 '매죽정'으로 가는 능선으로 50m를 내려가면 길 왼쪽에 있다. 의자 모양의 장자바위에는 서너 사람이 앉을 수 있고, 앞에는 탁자 같은 타원통형의 바위도 있다. 막장봉의 의자바위와 대조적이다.

 

 

사진 찍고 쉬느라, 백 번은 아니어도 백 초는 넘게 앉은 듯....ㅎㅎ 

 

 

 

유일하게 조금 조망을 열어 주던 장자바위 부근에서 보는 화산리 방향.... 

뱅골, 신촌, 대촌, 상리와 스무산, 높은뱅이가 들어온다. 

 

 

정상에서 남쪽 장척재 방향으로 50m를 내려가면....

 

 

장자터. 산 정상에 이만평의 평지가 있다. 보광산 정상의 평지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원점회귀를 위해 장척재로 향했는게 실제 45분 소요.

  

 

문광면 양곡리 방향

  

 

능선길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많다. 꽃피는 피는 봄에 오면 좋겠다.

  

 

 

 

장척재로 내려오다 저 축사 뒤로 들어오니 목장 안이다. 목장 입구까지 내려오는데 주인이 나와서 "남의 목장에 함부로 들어오면 어떡하냐"며 "젊은 사람 같으면 더 뭐라 할텐데, 내가 교수 아들을 둘이나 뒀는데, 나보다 나이 든 사람같아 그냥 가라"는 거다, 나보다 열살은 더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이.(완전 맛이 감)

 

능선 위부터 목장까지가 자기네 산이라는걸 보면 수 만평을 될테니, 백만장자 따로 없고 이 사람이 바로 백만장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쪽까지 오지 말고 월현 마을로 미리 내려서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

  

 

산 아래에는 가을꽃이 더러 보였다. 들국화, 개망초, 쑥부쟁이 등....

  

 

두 동강난 바위

 

 

 

515번 도로를 비켜 찍었더니 월현 마을 풍경이 어느 마을보다 멋지다.

월현 마을에는 월현팔경과 옻샘이 유명하다.

 

월현팔경(月峴八景)

제1경 승암모운(僧岩暮雲) : 중바위 장등에 감도는 저녁 구름

제2경 주봉조일(主峰朝日) : 주봉 장자봉에 떠오르는 아침 해

제3경 귀탑노석(龜塔老石) : 거북 모양의 오래 묵은 바위

제4경 괴정녹음(槐亭綠蔭) : 느티나무 아래 푸르른 그늘

제5경 청연추월(淸蓮秋月) : 청연골에 떠오르는 가을 달

제6경 자건춘화(子健春花) : 작은골에 피는 봄꽃

제7경 율곡청풍(栗谷淸風) : 밤나무골에 불어오는 맑은 바람

제8경 마장방초(馬場芳草) : 마장터의 향기로운 풀

 

*출처 : 충북의 팔경과 팔경시/중원대 한문학과 이상주 교수 편역

*설정자와 설정시기는 알 수 없으나 황연구씨의 조부가 설정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이 마을 외단터라는 곳에 아주 물맛 좋은 옷샘이 하나 있었다. 이 옷샘 물은, 여름에는 이가 시리도록 차갑고 가슴을 흝어 내리는 듯한 시원함과 정갈함을 주고, 겨울이면 손발을 씻어도 시리지 않고 아무리 추워도 물이 얼지 않을 정도로 따뜻한 물이 솟아 올랐다. 또한 아무리 가뭄이나 장마가 들어도 늘 같은 량의 물이 솟는 신비한 샘인 것이다. 이 옷샘에는 전설이 하나 있다. 옛날에 이 동네로 가난한 앉은뱅이 기어서 들어와 옻샘 근처에 움막을 치고 살았다. 워낙 가난하고 일을 할수 없는 지경이라 동네 사람들이 오가며 조금씩 음식을 주곤 하였다. 당시 이 산골동네에도 먹을것이 그리 풍족한것은 아니었지만, 없는 살림에 그져 조금씩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먹을것을 근근이 해결하면서 매일 이곳에서 옷샘 물을 마시고 씻고 닦으면서 삼년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앉은뱅이가 일어서서 조금씩 걷기 시작하였다. 그 후로 동네분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일도 해주고 하면서 건강을 회복하여 걸어다닐 수가 있었다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응달말 언덕에서 마을을 굽어보는 느티나무 보호수

 

장자봉

 

구름 흐릿한 이른 아침,

낙엽 이불 덮고 장자봉 드러누웠노라.

 

낙엽길 양쪽 낭떠러질

진달래 능선길 올라

 

백번 앉으면 백만장자 된다는

장자바위에 앉았노라.

 

 

 

<산행 메모>

*산행코스 : 응달말(0900)~별장~능선(0930)~장자봉(1030)~장자바위~장자봉~장자터(1100)~장척재(1200)~

                 원점회귀(1240)

*소요시간 : 3시간 40분 

*이동거리 : 6.06km

*해발고도 : 185m~623m

*난이도 ★★  평점★★

 

<팁>

*들머리부터 날머리까지 한 번도 조망이 안열린다.

*코스를 잘 잡아야... 장척재와 응달말 중간에서 정상으로 직행하는 코스가 있었으면...

*장척재 쪽 등로를 잘 잡는다면 손쉬울 듯 

*아래 사진은 2015년봄 화곡28회 초딩들과 봄등산을 계획했다가 우천으로 취소된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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