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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

다산 정약용이 그린 집

by 라폴리아 2024. 2. 3.


石門 안 넑찍한 곳,
산을 낀 물가 요지에 초가 서너 채를 짓는다.
앞마당엔 여러 화분을 놓되
국화는 적어도 48종 정도를 구비한다.
그 옆으로는 뒷산에서 대나무 홈통으로 끌어온 물을 모아
작은 못을 파고서 연과 붕어를 기른다.
연못물은 인접한 남새밭으로 흐르게 하는데
잘 구획된 그곳엔 여러가지 채소와 원예들이 물결치듯 무늬를 이룬 채 심겨져 있다.
텃밭 주위는 찔레꽃으로 둘러서
오뉴월 뜨거운 햇볕 아래 밭일 하는 이의 코를 즐겁게 해준다.
사립문 밖 산기슭 바위 위에 초정을 지어
무성한 숲과 맑은 계류가 이루는 빼어난 경치를 즐긴다.
초정은 대나무로 난간을 둘러 소박한 운치를 더한다.
시내 옆에는 넓은 전답을 두어 굳이 세상에 나가지 않아도 먹고 살만한 터전을 확보한다.
그 너머로는 넓은 호수가 있어 연, 토란, 마름, 가시연 등이 가득한데
달 밝은 밤이면 친구들과 작은 배를 타고 시와 음악, 그리고
술로 흥취를 즐긴다.

이 글은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이상적인 집의 면모를 설명한 것이다.
다산은 건물보다 정원과 주변환경에 대하여 훨씬 더 많은 설명을 하고 있다. 산과 물이 잘 어울린 경승지에서 연못과 꽃이 있는 정원과 텃밭,너른 호수를 갖추고 마음에 맞는 이들과 시와 술,뱃놀이로 운치있는 삶을 즐길 수 있는 곳에 대한 설명이 더 많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풍경에 가장 근접한 곳 중 한 곳이 茶山草堂이라는 사실이다.
비록 귀양처였지만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집에 가까웠다고 하니, 적어도 그런 점에서는 茶山草堂에서의 삶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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