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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불루 화이불치 儉而不陋 華而不侈

삶의향기

by 향원재 2024. 5. 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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儉而不陋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華而不侈
화려하나 사치롭지 않다.

[삼국사기]에 전해지는, 김부식 선생이 백제의 새 궐을 미학적으로 평한 글이다.
온조왕 15년 정월에 새 궁궐을 지었으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다.”고 하였다.

김부식이 평한 백제의 궁궐은 현대에 전하지 않지만, 백제의 미감을 여실히 내보이는 그 ‘검이불루’하고 ‘화이불치’한 유물로, 백제문화의 정수인 [백제금동대향로]가 있다. 1993년, 부여 능산리 고분군 주차장 공사 중 우연히 백제의 기왓장 조각이 발견되어 발굴 작업이 시작되었고, 도중 절터 진흙 구덩이 속에서 출토되어 한반도를 넘어 세계 미술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1400여년의 세월을 넘어 백제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표작이 이 [백제금동대향로]이다.

백제금동대향로 국보 제287호 국립부여박물관

향로의 하부 받침에는 힘차게 용트림하며 오르는 용이 여의주 물듯 3단의 연판으로 장엄된 몸체를 받치고 있다. 극락세계의 연꽃에서 만물이 신비로이 탄생함하듯 탐스럽게 핀 연꽃 봉오리의 고요함과 힘차게 치솟는 용의 몸짓으로 동(動)과 정(靜)을 오묘하게 조화시킨 하부에서는 靜中動과 동중정의 미학이 엿보인다. 연꽃몸체 위로 맞물리는 향로 상부의 뚜껑에는 삼신산 능선이 겹겹이 또 부드러이 겹쳐진 모양에 여러 인물과 동물, 산길과 계곡 그리고 폭포와 호수까지 백여 가지의 도상을 묘사해 놓았다. 삼신산은 동녘바다 한가운데 불로장생의 신선이 살고 있다는 봉래산 영주산 방장산을 뜻하는 것이다. 향로 상부의 삼신산 가장 높은 봉우리 위로는 다섯 악사가 다섯 가지 악기를 연주하고 있고, 악사들 사이 다섯 마리의 새가 꼭대기의 봉황을 우러러보듯 시선을 위로 향하고 있다. 향로의 꼭대기에는 살포시 앉아선 곧 날아 오를 듯 날개를 활짝 펼친 봉황이 보주 위로 서 있다. 이렇게 복합적인 도가적, 불가적 이상향을 조화롭게 표현한 향로는 백제문화가 어디에까지 이르렀는지를 또한 보여낸다. 무게 11.8kg, 높이 61.8cm로 동아시아의 향로 중에서는 제일 크며, 형태면에서도 유례없는 향로로 오늘날에도 재현하기 어려운 첨단기술이 뒷받침된 뛰어난 과학성은 아름다움에 더하여 그 가치를 더욱 존귀하게 한다.
[백제금동대향로]에서 숨은 듯 자리한 상부 12개의 배연구로 피어오르는 향을 상상해 보시라. 그 얼마나 장엄한가. 옛 어른들이 어떻게 문화를 향유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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