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향기

민물고기 이야기

by 라폴리아 2009. 12. 25.

 

 

민물고기 이야기

 

민물고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2년도 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표준협회의 '민주천렵단'(약칭, 민천단)괴산 화양구곡을 찾은 게 그 무렵이다. 마침 고향을 들렀다가 민천단의 천렵을 구경하러 갔다. 도대체 서울 사람들은 물고기를 어떻게 잡는 지 그 꼬락서니가 무척 보고 싶었다.

당시만 해도 반두를 들고 동생과 마을 앞의 성황천에 나가기만 하면 물고기를 한 종두라미씩 잡았던 터라, 민물고기에 대한 상식이나 채집 능력이 남에게 뒤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민천단원들이 채집하는 것을 보니 채집 방법도 다양하거니와 채집한 물고기도 성황천에서 잡던 물고기와는 종류가 완전 달랐고, 처음 보는 멋진 물고기도 많았다. 납자루·갈겨니·피라미의 찬란히도 고운 무지갯빛 혼인색, 돌고기의 선명한 검은 색 띠, 줄납자루의 푸른 옆줄 무늬에 완전히 매료됐다. 위에서 보면 거무튀튀하기만 하던 물고기들이 옆에서 보니 한결같이 예쁘고 새롭게 보였다. 열대어를 기르고 싶던 마음이 일시에 민물고기 쪽으로 바뀌었다.


즉시 수족관을 구입하고 민물고기를 찾아 나섰다. 양평 신내개울에서는 한국 최고의 관상용 민물고기 쉬리를, 홍천 굴지천에서는 새코미꾸리와 동자개를, 제천 원서천에서는 배가사리와 꺽지를, 괴산 박대천과 괴강에서는 쌀미꾸리와 중고기, 쏘가리를 채집했다. 벽제 곡릉천에서는 송사리를, 오산 진위천에서는 납줄갱이를, 수원 일대 저수지에서는 버들붕어를 채집했다.


같은 개울이라도 수질과 유속에 따라 어종이 달랐고, 지방에 따라 물고기 이름도 달랐다. 물고기들은 각각 고유의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납줄개와 중고기류는 조개 속에 산란관을 통하여 알을 낳는다. 채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정 수족관용 물고기는 새우망과 어항으로 채집하는 것이 좋다. 상처없이 여러 어종을 손쉽게 채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끼로는 떡밥과 원자탄을 1:1로 섞어서 사용한다. 채집한 물고기를 물통에 넣어 운반할 때는 휴대용 기포기를 틀어 주어야 한다.


채집한 물고기를 수조에 넣으려면 미리 수온을 확인해야 한다. 수온이 5-10 ℃이상 차이 나면 물고기가 병에 걸리기 쉽다. 종류에 따라서는 순치가 필요하다. 순치가 안된 피라미나 갈겨니를 수조에 넣으면 수조 벽을 들이받아 물고기가 상처를 입고, 심한 경우 폐사한다. 먹이는 하루 이상 지나야 먹기 시작한다. 아침 저녁으로 먹이를 주되 2~3분 내에 먹을 수 있는 분량을 준다. 수족관은 수질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여과는 물론 산소 공급이 우수한 여과기가 좋다. 여과가 잘 되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물갈이를 해 준다. 물갈이를 하지 않으면 수질이 나빠져 1급수성 물고기부터 차례차례 폐사한다. 수돗물은 3시간 이상 햇빛을 쬔 후 물갈이한다.

민물고기를 기르다 보면 우선 이국적인 열대어보다 훨씬 친근감이 든다. 열대어 만큼 화려하지는 않아도 계절에 따라 몸 빛깔이 은은하게 변하고 몸놀림도 매우 활발하다. 수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므로 키우기도 쉽다. 아이들에게 우리의 작은 생태계를 보여 주면서 자연 공부를 시킬 수 있고, 환경 보전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 또한 가족과 어울려 물고기를 채집하러 가는 맛도 있다. 거기엔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와 푸른 산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상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존하고자 하는 자세일 것이다. 출현 빈도가 높은 물고기만 채집하고 희귀 어종은 살려주어야 한다. 수족관에 키울 수 있는 만큼 채집하고, 채집한 양의 10배 이상을 번식시켜 자연에 돌려주어야 한다. 남한에 서식하던 145종 가운데 몇 종이 멸종되었다는 이야기는 환경의 파괴를 의미한다. 거꾸로 민물고기를 어떻게 보존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환경 보호에 대한 노력은 평가될 것이다.

 

1996년 1월 민물천렵단


'삶의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북이와 뽕나무  (0) 2010.01.10
초록명령 / 정동묵  (0) 2010.01.08
슬픔 / 경허스님  (0) 2010.01.08
이상헌의 <취미 이야기>  (0) 2009.12.24
눈의 차이  (0) 2009.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