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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

이상헌의 <취미 이야기>

by 라폴리아 2009. 12. 24.

 

직장인들 중에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취미활동 부서를 정해 놓고 자금을 지원해주는 곳도 꽤 많이 있다.

등산 낚시 독서 미술 서예 꽃꽂이 사진 비디오촬영 수영 볼링 사격 테니스

바둑 장기 우표수집 고서화감상 사적지탐방 등 수십 가지나 된다.

취미가 같은 사람끼리는 동류의식 때문에 친형제보다 더 가깝게 지낸다.

건전한 취미가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한 주 동안 찌들었던 마음의 때를 취미를 통해 말끔히 씻는다는 것도 어찌 보면 큰 덕이다.

직장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에 들어와 난(蘭)을 돌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의 모이를 주거나 개와 함께 노는 그런 사람도 있다.

 

‘기아테크노’는 기아자동차 협력회사의 교육을 전담하는 회사다.

이 회사 컨설팅부 신원철 과장은 1년전부터 민물고기를 어항에 키우고 있다.

150여 마리의 갖가지 민물고기를 직접 잡아다 키우는데,

퇴근 후에 그것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

열대어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대로 은은한 빛을 띠고 있고,

열대어처럼 키우기가 힘든 것도 아니다.

그리고 순수 우리 토종을 잡아서 키운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남한에는 145종의 민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피라미 붕어 버들치 갈겨니 참마자 돌고기 왜매치 등은 비교적 눈에 많이 띄지요>

신원철씨는 주말이면 동료들을 부추겨 민물고기가 많이 서식하고 있는 강원도 홍천의 굴지리 굴지천,

충북 괴산군 칠성의 쌍천, 경기 벽제의 곡릉천, 강원도 인제의 내린천,

충북 제천 평동리의 원서천이나 수원 일대 저수지 등을 두루 찾는다.

<수질이 나쁘면 이 고기들은 서식하지 못합니다. 민물고기는 환경에 예민하지요.

  집안에 어항을 놓고 나서 환경 보전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물고기는 열대어보다 더 활발하고 힘이 좋습니다.

  이것을 보면 ‘우리 것이 최고구나’하는 느낌도 들지요.

  콘크리트 숲속에 사는 우리 자녀에게 작은 세계를 보여주고 자연공부를 시키는데 퍽 효과적입니다>

라며 열변을 토했다.

 

최기철 박사는 83세이신 데도 불고기에 대한 강의를 열심히 하고 계시다며

<최박사님이 쓰신 쓴 ‘민물고기 기르기’, ‘민물고기를 찾아서’, ‘민물고기 이야기’를 꼭 읽어보세요.

이 선생님도 민물고기 팬이 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나는 강의를 하러 가서 그의 강의를 듣게 되었지만 나도 이제 민물고기의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993.11.24.水.세계일보 <이상헌의 우리 사는 얘기 197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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