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향기

황무지/T.S 엘리어트

by 라폴리아 2015. 4. 17.

황무지 / T.S 엘리어트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정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차라리 따스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메마른 구근으로 작은 생명을 키웠으니

여름은 난데없이 소나기를 몰고 슈타른베르거 호수를 건너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우리는 화랑에서 잠시 쉬었다가

햇빛 속을 걸어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고 한 시간 동안 이야기 했다.

난 러시아를 사람은 아니예요. 출생은 리투아니아지만 진짜 독일 사람인걸요.

어렸을 때 사촌인 태공집에 있었을 적엔

그가 저를 썰매에 태워 줬는데

나는 무서웠어요. 그는 마리.

마리, 꼭 붙잡아. 하면서 쏜살같이 내려갔어요.

산 속에선 그야말로 자유로웠지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으로 옮겨 가지요.

 

이 얽힌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뿌리가 자란단 말인가?

사람의 아들이여, 그대는 알기는 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부거진 우상의 퇴적, 거기엔 해가 쬐어대고

죽은 나무에는 그늘도 없고,

귀뚜라미의 위안도 없고,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도 없다. 다만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로 들어오라)

그러면 나는 아침에 너를 뒤따른 그림자나

저녁에 너와 마주서는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 줌 먼지로 죽음의 무서움을 보여 주리라.

바람은 산산하게

고향으로 부는데

아일랜드 우리 님은

어디 있느뇨?

"당신이 1년 전 처음으로 히아신스를 저에게 주셨지요.

그래서 다들 저를 히아신스 아가씨라 불렀답니다."

-그러나 이슬에 젖은 머리칼에 꽂은 한아름 안은 너와 더불어

그 히아신스 정원에서 밤 늦게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했고 눈마저 멀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빛의 한가운데 그 정적을 들여다보았을 뿐이었다.

바다는 황량하고 님은 없네.

 

천리안을 가졌다는 유명한 소스트리스 부인은

유럽에서 가장 슬기로운 여자로 알려져 있다.

독한 감기에 걸렸지만 그래도

트럼프 점을 친다던 부인. 그녀의 말_

여기 당신의 패가 나왔는데 익사한 페니키아 뱃사람이오.

(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지요)

이것이 벨라도나 암혈의 여인.

역경의 여인.

이것이 지팡이 셋 짚은 사나이. 이것이 바퀴.

그리고 여기 있는 것이 애꾸눈 상인인데. 이 공뱅의 카드는

그가 짊어지고 가는 것이지만

내가 보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 교살 당한 사나이는 보이지 않는군요. 물 조심 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

또 오세요. 만약 에퀴톤 부인을 만나시거든

천공도는 제가 몸소 가져 간다고 전해 주세요.

요즈음은 하도 험악하니까요.

 

허무한 도시.

겨울 새벽의 누런 안개 속을

수많은 군중들이 런던교 위로 흘러갔다.

나는 죽음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망쳤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따금 짧은 한숨을 내쉬면서

사람마다 발치만 보면서 갔다.

언덕길을 올라서 윌리엄 왕가로 내려서면

성 메리 울노드 사원의 떄를 알리는 종 소리가

예배 시간을 알리려 아홉 번 자지러지는 소리를 쳤다.

거기서 나는 친구를 만나 소리쳐 그를 불러 세웠다.

"스테촌! 자네. 밀라에 해전에서 나와 같이 있었던 친구로군.

작년에 자네가 뜰에 심은 시체에선 싹이 트기 시작했는가?

올해는 꽃이 필까? 또 난데없는 서리가 묘상을 망치는가?

, 개를 멀리하게. 비록 인간의 친구라 해도

그러지 않으면 그놈이 그것을 다시 발톱으로 파헤칠 걸세!

그대! 위선의 독자여! 나의 동포! 나의 형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