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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ㅣ자연ㅣ뉴스

어떻게 살 것인가?|김상근 연세대 교수

by 라폴리아 2015. 1. 28.

인문학, 최고의 공부 'Who Am I?'
CHAPTER 1. 어떻게 살 것인가?

김상근 연세대 교수

 



인문학은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의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실제 중세유럽대학, 중세시대 인문학이 태동할 때는 사회과학과 자연과학과 대비되는 것이 아닌 인간에 대한 학문 즉, 노예적 혹은 기술과 대비되는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인문학의 또 다른 이름은 liberal arts 자유학예라고 합니다. 왜 자유학예냐. 노예가 아닌 인간이 반드시 공부해야 할 것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인간에 대한 학문이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인문학의 출발점이 되는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자신을 성찰하게 됩니다. 다음 주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입니다. 인문학적 성찰이 '나는 누구인가?'에만 머물러 있다면 너무나 이기적인 것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문학은 자기성찰에서 시작해 이웃들, 세상 사람들, 사회 안에서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작업까지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은 반드시 두번째 질문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2014년 현재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2014년 대한민국을 '아포리아'(APORIA)라고 규정합니다. 아포리아는 그리스에서 개발된 개념입니다. 통로나 수단이 없는 상태·해결 방안이 없는 심각한 난관을 아포리아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위기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입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 즉, 길 없음의 상태가 바로 아포리아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상대방을 비난하고 이 책임은 모두 당신에게 있다고 손가락질을 하게 됩니다.

인문학은 그 손가락을 자신에게 향하는 것입니다. 아포리아 상태에 처한 대한민국에서 손가락을 자신에게 향해야 할 것입니다. 인문학의 진정한 역할은 아포리아 상태에서 어떻게 노를 어떻게 젖는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노를 내려 놓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밤 하늘의 별을 보자는 것입니다. 또 옆에 있는 동료의 손을 잡고 북극성을 보자는 것입니다. 인문학이 아포리아 상태에 처한 2014년 대한민국에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는 과연 어떻게 아포리아를 극복했을까요.

 

아테네에 최고의 추남이 등장했습니다. 그 시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는데요. 그런데 그 사람의 소망은 정의의 실천과 지혜의 추구였습니다. 그는 바로 소크라테스입니다. 몸짱이 되고 성형수술을 한 얼굴이 아름답다고 믿는 우리 한국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실레노스에 비견될 만큼 못생겼던 소크라테스의 삶을 엿보니, 못생기면서도 아주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보이는 것보다 내면의 미를 추구했습니다. 그는 황금을 가진 사람이 부자가 아닌, 지혜로운 자가 부자라고 믿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크라테스였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캐묻지 않는 삶은 사람이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말을 잘 하는 것보다 자신을 성찰하고 돌아보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스 철학의 뿌리가 된 소크라테스의 이런 사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