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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기타

음계 연습

by 라폴리아 2020. 2. 28.

 

십수년이 지난 해묵은 이야기입니다만, 언젠가 산책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땅거미가 질 무렵 산 아래에 위치한 낡은 아파트 뒷길을 걷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낭랑한 바이얼린 소리가 들려 오더군요. 원숙한 솜씨랄 수는 없었지만 그런대로 귀기울여 볼만한 연주였습니다. 가까운 숲에서 부드럽게 밀려드는 솔향기와 인적 드 문 호젓함 등이 바이얼린 선율에 향취를 더해 주고 있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들어보니, 오라 !, 바로 음계 연습이더군요. 여러 장·단조를 거쳐가며 물흐르듯 흐르는 음계. 가끔씩 연주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듯 멈칫멈칫 되풀이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곧 다시 자신감에 넘치는 원래의 흐름을 되찾으며 이어졌습니다. 레가토로 굽이치는 비단폭에 스타카토의 점들이 흩뿌려지기도 하고 크리센도의 절정에서 격앙되었던 소리가 다시 평온을 되찾기도 하면서.

 

아, 음계 연습이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그것은 예전에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감흥이었습니다. 그 연주에는 분명 솔향기와 호젓한 분위기 때문만은 아닌 그 무엇이 있었습니다. 필자는 본능적으로 기타의 음계 연습, '세고비아의 24장· 단조 음계 연습'을 떠올렸습니다. 기타 학습자라면 그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상당 기간 동안 연습하는 그 유명한 연습곡을 말입니다. 그리고, 내가 '세고비아의 24장·단조 음계 연습'을 저처럼 멋있게 연주할 수 있을까 하고 자문해 보게 되었지요.

 

이상하게도 연주 능력만을 비교해 본다면, 그 이름모를 바이얼린 연주자의 능력이 필자의 기타 솜씨보다 결코 나아 보이지 않았지만, 들려오는 음계 연습곡은 아무래도 필자의 그것보다 생동감이 있었으며 듣는 이를 감동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곰곰히 되풀이하여 상상해 보았지만, 필자가 최선을 다하여 '세고비아의 음계 연습곡' 을 연주한다 해도 바이얼린의 그것만큼 감동을 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무엇이 그러한 차이를 빚어내는 원인인지, 그것이 궁금하기도 해서 한참 동안이나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멈추어 서서, 들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듣기를 계속했습니다. 그 원인은 분명 연주 능력보다는 연습곡 자체에 있는 듯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필자는 그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찾아내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리듬이었습니다. 바이얼린의 음계 연습곡에는 흐르는 선율속에 고동치는 리듬이 들어 있었으나, '세고비아의 음계 연습곡'에는 그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리듬의 유무 (有無), 그것이 생동감이 넘치는 연주와 그렇지 못한 연주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벽이었습니다. 바이얼린 연주자의 음계 연습곡, 그 배후에서 리듬은 시종일관 크리센도와 디크리센도의 변화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었으며, 비브라토의 가녀린 떨림 속에 입혀지는 온갖 채색이 결코 넘치거나 과하지 않도록 절제하는 경계의 역할을 수행 하고 있었으며, 쏟아져 나오는 음률의 구슬들이 제멋대로 흩어지는 일이 없도록 고르게 꿰어주는 실이 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세고비아의 음계 연습'에는 리듬이 없습니다(악보1 참조).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학습자가 통상적인 감각으로 받아 들이고 표현해 낼 수 있는 리듬이, 표시된 또는 지시된 리듬이 없다는 말입 니다. '세고비아의 음계 연습'은 한결같이, 가장 낮은 음역의 으뜸 음에서 출발하여 가장 높은 음역의 으뜸음에 도달한 다음, 다시 출발지점으로 되돌아 와서 끝맺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사이에 리듬을 나타내는 마디선이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설사 음렬 사이에 리듬이 숨어 있거나 잠재되어 있을지라도 그것을 찾아내기란 엿장수 가위질이 될 뿐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부끄럽게도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악보1. 세고비아의 24 음계연습 중, C장조와 A단조

 

"이런 바보 !, 여태까지 그것을 악보 그대로 연습해 왔다니.... 천하의 바보 멍청이 같으니....", 필자는 한동안 자조(自嘲)와 자학(自虐)의 비통한 심경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소위 기타(guitar)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음악의 가장 초보적인 상식조차 망각하고 있었다니. 세상에!, 리듬이 없는 음악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더우기, 지난 세월 동안 '세고비아의 음계 연습곡'을 문하생들에게도 열심히 연습하도록 권해왔다는 사실은 더욱 더 통렬한 아픔이 되었습니다.

사실, 리듬만으로 된 음악은 타악기 연주에서 가끔 접할 수 있는 것이지만, 도대체 리듬이 없이 선율만으로 된 음악이란 전대미문의 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 오자, 소장하고 있던 다른 악기의 악보들, 이를테면 바이얼린 피아노 기타(其他) 관악기 등의 악보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흐리말리 (Hrimaly) 바이얼린 음계 교본', '칼 플레시(Carl Flesch) 바이얼 린 음계 연습곡집', '하논(Hanon) 피아노 교본(제39번 연습곡이 바로 24장·단조의 음계 연습에 해당합니다)' 및 그밖의 여러가지 잡 다한 교본류를 모조리 찾아 보았지만 리듬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음계 연습곡은 단 한가지 예도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단순히 음계를 소개하기 위해 한 옥타브의 음을 나열해 놓은 경우는 논외로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기타(guitar)의 경우는, 정말 놀랍게도, 본격적인 음계 연습곡으로서 리듬이 표시된 예를 단 하나도 발견할 수 없더군요. 예의 '세고비아의 음계 연습곡(악보1 참조)'을 비롯하여 '푸홀(E. Pujol) 기타교본', '아레나스(R. Arenas) 기타교본(제7권)' 등. 심 지어, 현대 기타연주법에 있어서 혁명에 가까운 발전을 이룩해냈다는 그의 공로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아벨·깔레바로 의 경우(기타교범 제1권)조차도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세고비아의 주술적 권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기타교본들이 이에 관한한 세고비아의 오류(誤謬)를 그대로 흉내내고 있을 뿐이었던 것입니다. 어쨌거나 기타에 있어서의 '24 장 ·단조의 음계연습곡'은 모두 약속이나 한듯이 리듬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순간, 필자는 발가벗은 임금님께서 맹종하는 신하들을 거느리고 한껏 그 자태를 뽐내며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는듯 해서 잠시 현깃증을 느꼈습니다.

 

악보1. 세고비아의 24 음계연습 중, C장조와 A단조

 

악보1을 보면, C 장조의 경우는 한 마디에 28개의 4분음표가 들어 있으며, A단조에는 무려 42개의 4분음표가 들어 있습니다. 이 음계 연습곡을 생각없이 연주하면, 규칙적인 리듬 대신, 포지션을 이동할 때마다 무심코 악센트를 가하는 잘못된 버릇에 길들기 십상 입니다. 악보1을 직접 연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때, 악보 상의 원(○)으로 표시된 음에 무심코 악센트가 가해지지 않는지 주의깊게 관찰해 보십시오 ― 악보 상에서 원(○)으로 표시된 음은 포지션 이동이 행하여지는 부분입니다. 대개의 경우, 예외없이 그러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로 인한 폐해는 참으로 심각할 수 있습니다. 다른 현악기 연주자에 비해 많은 기타 학습자들이 음계형 패시지를 연주할 때 비트 악센트나 리듬과는 무관하게, 포지션을 이동할 때나 선이 바뀔 때 악센트를 가하는 습관을 가진 것을 관찰하게 됩니다만, 그에 대한 책임의 일단이 바로 잘못된 '음계 연습곡'에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명확하게 리듬이 명기되어 있지 않은 이와 같은 음계 연습곡을 악보 그대로 장기간 동안 연습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나름대로 응용하여 연습할 수 있는 능력을 아직 갖지 못한 학습자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악보1을 스스로 내재율을 부가하여 차원 높게 연주할 수 있는 연주자라면 이러한 음계 연습곡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사람이겠지요. 이미 마에스트로(名人)의 반열(班列)에 든 연주자일 테니까요. 그리하여, 필자는 새로이 '24 장·단조의 음계 연습곡'을 만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과연, 리듬을 추가하자 예전과는 그 느낌이 확연히 달랐으며 산책길에서 느꼈던 그 감흥이 손끝에서 살아나고 있었습니다.

 

음계 연습곡을 연주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음계 연습곡에 대한 그릇된 연습 방법으로 인한 폐해 중, 대표적인 것이 '세고비아의 음계 연습곡'을 오른손의 스피드 훈련을 위해 연습하는 경우입니다. 오로지 오른손의 스피드를 위해 이를 십수년 씩이나 지속적으로 연습하고 있는 학습자들을 드물지 않게 보게 됩 니다만,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의 낭비일 뿐 입니다. 악보1을 다시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 악보의 내용에는 왼손운지를 최대한의 속도로 한다 해도 오른손 탄현은 한가할 수밖에 없는 언밸런스가 존재합니다. 잦은 포지션이동과 함께 끊임없이 왼손가락을 바꾸어 가며 짚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왼손운지를 최대 속도로 한다 하더라도 오른손가락은 별로 빠르다 할 수 없는 속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어쨌든 왼손 운지만이라도 매우 바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스스로 지각(知覺)하지 못할 뿐입니다. 물욕(?)을 탐하여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악보1. 세고비아의 24 음계연습 중, C장조와 A단조

 

피아노의 경우, 음계형 패시지는 매우 빠르게 연주할 수 있지만 분산화음형의 패시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기타(guitar)의 경우에는 피아노와는 반대적인 특성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자명합니다. 피아노에 있어서는 음계형 패시지에서 운지이동이 용이하며, 분산화 음형의 패시지는 반대로 운지이동을 큰 폭으로 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타(guitar)에 있어서는.... 분산화음형 악구에 서는 화음이 바뀔 때까지 왼손 운지가 고정됩니다. 따라서, 오른손 가락을 최대한의 속도로 하여 빠르게 연주할 수 있지만, 음계형의 패시지에서는 잦은 왼손 운지이동이 걸림돌이 됩니다. ①번선 개방 현만을 i,m으로 반복해서 탄현해 보십시오. 속도를 최대한으로 해서 말입니다. 그리한 다음, 같은 요령으로 악보1 (세고비아의 음계 연습곡)을 연주해 보아, 이 두 가지 경우에 있어서의 연주 속도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중·상급에 해당하는 연주자일수록 그 차이는 클 것입니다. 굳이 '24 음계 연습'으로 오른손의 속도 연습을 하고싶다면 한 음을 2, 3회 탄현하는 방법(악보2)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다 해도 그보다는 오른손의 스피드 연습을 위해 고안된 다른 효과적인 연습곡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악보2. 속도 연습을 위한 동일음 2,3회 탄현

 

본지에 게재하는 필자의 '24 장·단조의 음계 연습곡'은 포지션 이동에 대한 시간적인 안배를 하였으므로 '세고비아의 음계 연습곡 '에 비해서는 보다 빠른 속도로의 연주가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 만, 그렇다 해도 이 역시 오른손 스피드 연습에 사용할 성격의 연 습곡은 아닙니다.

 

음계 연습곡의 연습 방법

'24장·단조의 음계연습'은 악기의 종류를 막론하고 연주자라면 반드시 연습하지 않으면 안될 매우 유익한 연습과제 중의 하나입니 다. 특히 기타의 경우, 각 선간의 음정차이가 장3도 및 완전4도 음정 으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프렛 간의 간격 역시 피아노 건반처 럼 균일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건반악기와는 달리 지판 상에 동일한 음이 3, 4개씩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기타 학습자가 지판상에서의 각 음계의 구성에 익숙해지기란 다른 악기 연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다성부 악보를 연주해야 하므로, 초견 능력 역시 다른 악기 연주자의 그것 에 비해 대체로 뒤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24 장·단조의 음계 연습'은 기타 학습자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연습과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24장·단조의 음계 연습'은 솔페지오를 위한 이동 도(movable Do)법으로의 음계 익히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동 도법(= 계이 름부르기 또는 이동계명창)에 숙달되면 시창(sight-singing)능력뿐 만 아니라 C장조(A단조) 이외의 조성으로 되어 있는 곡일지라도 그 화성진행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그러므로 푸 가나 소나타 형식 등, 구조적으로 복잡한 구성의 곡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노파심에서 덧붙입니다만, 기악 연주 자에게 있어서 고정 도(fixed Do)법이란 악보를 읽는 가장 통상적 인 방법이므로 이동 도법에 따로 익숙해지는 것이 고정 도법으로의 독보(讀譜)에 방해가 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필자의 '24장·단조의 음계연습곡'에는, G장조 이후부터 오선 아래에 이동 도법에 의한 계명이 적혀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여 이동 도법(이동계명창)을 함께 익히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12가지 조표 중에서 D와 Db, E와 Eb, F와 F#, A와 Ab, B와 Bb장조 및 해당 병행 단조는 조표만 다를 뿐 표기 상의 계이름은 동일합니다(악보3).

 

악보3.

 

으뜸음과 딸림음은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이들 음표의 머리를 2 분음표의 그것처럼 표시했습니다(악보4). 이동 도법에서 반음계에 대한 통상적인 명칭은 악보5와 같습니다만, G#(Si) 음은 장음계의 제7음인 '시'와의 구별을 위해 편의상 '실'로 표기했습니다.

 

악보4

 

악보5

 

그리고, 레가토 논·레가토 스타카토 등 다양한 텃치로 '음계 연 습곡'을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악곡의 패시지 에서처럼 다이내믹이나 음색의 변화라든지 기타(其他) 갖가지 표정 들을 적용하여 음악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바람직한 연습 방법이라 할 것입니다. 한 마디로 멋있게 연주해 보라는 말입니다. 진실로 이러한 것들이 속도보다 더욱 중요한 테크닉의 요소들입니다. 이러 한 연습이 거듭되다 보면 교호주법에 대한 정교한 감각 역시 몸에 배게 될 것입니다. 악보에는 4/4박을 의미하는 C와 2/2박을 의미하는 가 함께 표시 되어 있습니다(악보6). 이는 4/4박 또는 2/2박의 리듬으로 연습하 라는 의미입니다.

 

악보6. 음계 연습에 있어서의 왼손 운지법

 

음계 연습에서 왼손의 자세는 수평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왼손으 로 선을 누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름하여 얕게누르기와 깊게누르기가 그것입니다. 얕게누르기는 패시지를 빠른 속도로 연주할 때 사용하는 운지법이며, 손가락을 선에 떨어뜨릴 때의 손가락 속도 그 자체만으로 선을 짚고 그리고 손가락 자체의 무게만으로 눌러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합니다(또는 그러한 느낌으로 선을 누릅니다). 그러므로 그림1에서 보듯이 기타 선은 프렛에만 가볍게 닿아 있는 상태가 되며, 결코 지판의 표면에 까지 닿지는 않습니다. 이와 같이 얕게 눌렀음에도 불구하고 선이 프렛에 떨듯 닿으며 나는 잡음을 피하고 깨끗한 음을 연주하기 위 해서는 손가락을 프렛 옆면에 거의 밀착시키듯 운지해야 합니다. 매우 정교한 운지 위치가 필수조건인 것입니다.

 

그림1. 얕게누르기

 

그림2. 깊게누르기

 

깊게누르기는 2분음표나 온음표 등, 비교적 길이가 긴 음이나 비 브라토 따위의 여러가지 표정적인 악센트를 가해야 하는 음에 사용하는 운지법이며, 기타선이 지판의 표면에까지 닿을 정도로 그러나 적절한 힘으로 누릅니다(그림2). 깊게누르기를 하면 얕게누르기를 할 때보다 음높이가 다소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울림 또한 풍부해집니다. 이러한 점이 듣는 사람에게는 마치 음에 윤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효과와 관련이 있을 법한 예로, 협주곡에서 바이얼린 독주자가 즐겨 사용하는 기법이 있습니다. 즉, 오케스트라와 동일한 선율을 함께 연주할 때에는 오케스트라 파트보다 음높이를 미세하게 높여서 연주함으로써 독주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두 가지 운지법을 구별하여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알레그로 4/4박자의 곡에서 16분음표로 되어 있는 음계 형 패시지를 깊게누르기로 연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손 가락에 가해지는 힘의 관성저항 때문에 왼손가락의 운지동작이 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별 생각없이 전곡을 깊게누르기로 시종일관하는 연주자의 손가락끝은 각질화되어, 감각이 무디어지는 것은 고사하고 슬러 등을 연주할 때 마찰잡음을 내는 원인이 되기도 하며,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많이 낭비하는 결과를 빚게 되어 호흡이 거칠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속도가 요구되는 패시지는 얕게누르기로 그리고 음가(音價)가 긴 음이나 표정적인 악센트가 필요한 음은 깊게누르기를 하는 것이 왼손운지에 있어서 의 요령입니다. 얕게누르기로 운지할 때, 상행음계에서는 동일 선상에서 낮은 위 치의 프렛을 누른 손가락을 떼지 않고 다음 음(높은 음)을 누르며, 하행음계에서는 선이 바뀔 때, 다음에 짚을 낮은 쪽 프렛까지 함께 누르는 등의 예비운지를 반드시 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깊게누르기에서는 그리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참고> 원래, 잡지 '클래식기타'에 게재된 원고에는 24장단조의 음계 연습 악보 중 3연음으로 된 음계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첨부되어 있으나,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 다(C)장조, 가(A)단조 그리고 사(G)장조의 세 가지 악보 예만 아래에 첨부합니다. 머지않아, 지면사정으로 잡지에 다 게재하지 못하고 생략했던 악보와 테크닉과 관련된 내용을 좀더 보완하여 '24장단조의 음계연습과 음계연습의 비밀 <가칭>'이라는 단행본으로 만들어 출간하게 될 것입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께서는 해당 단행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다(C)장조

 

2. 가(A)단조

 

3. 사(G)장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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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music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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