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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춘추

그 해 여름

by 라폴리아 2018. 7. 24.

 


그 해 여름   동그락산 밴드, 광철 글


엄마가 주전자에 미숫가루를 타서 아버지 갖다 드리라 했어요

길섶에 개망초 찔레 조팝나무가 있는 과수원길을 따라 아버지께 갔어요

정말 더웠어요 그날이 6.25....

제 여름의 시작은 6월 25일로 각인돼 있어요


마루에도 건넌방에도 헛간에도

더위가 꽉 차 있던 어느 날

또 엄마 심부름을 갔어요.

과수원 오르막길 지금의 나월산방 가는 길

울고싶을 정도로 더운 날

그날이 8월 1일이었어요

여름의 절정이었어요

 

서울 큰고모가 왔다 가는데

배웅은 왜 막내가 해야하는지....

참 덥던 주막거리 가는 길

버스를 기다리며 플라타너스 그늘에 있었어요

뭐지 이 바람 이 시원한 바람

 

이렇게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어요

그날이 8월 15일이었어요

 

지금쯤 밤꽃이 지고 바둑알만하게 밤송이가 맺혔을 거예요

이 밤송이가 어느 순간에는 주먹만큼 크고

어느 순간에는 알밤이 하나 떨어질 거예요

그때가 가을입니다

 

강변에 쑥부쟁이가 피면

어느 산밑에 마타리가 피면

어느 길섶에 달개비가 떼를 지어 피어 있으면 그때가 가을입니다


봄은 견뎌야 오고

가을은 즐겨야 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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