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엔
엄마가 해마다 가꿨던
사루비아 채송화 봉숭아 백일홍
사루비아 한 잎 따서 꿀 빨아 먹고
봉숭아 잎에 붙은 누에보다 큰 맹충이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옆집 삽작거리에 해바라기씨 빼먹다가
옆집 할머니한테 뒤지게 혼났습니다
호박꽃에 벌이 들어가면
꽃을 오므려 따서 팔을 빙빙 돌린 다음
땅바닥에 패대기쳐 벌꿀을 빨아 먹었습니다
텃밭 가장자리에 모여 핀 꽃이
조팝나무꽃이란 걸 철이 들어 알았고
동그락산 성묘길 도랑에서 톡톡 터지던 꽃이
물봉선화란 걸 스무살 넘어 알았습니다
어쩌면 고향 뒷산에도 구절초가 피었을텐데
어머니가 가꾸시던 봉선화 채송화 사루비아
백일홍만 기억 속에 폈다졌다 합니다
문득 마흔 언저리 때
영동 초강천 가는 길 가에서 만난
가는잎구절초 꽃이 생각납니다
광철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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