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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춘추

어머니 꽃밭

by 라폴리아 2017. 10. 11.

 

꽃밭엔

엄마가 해마다 가꿨던

사루비아 채송화 봉숭아 백일홍

사루비아 한 잎 따서 꿀 빨아 먹고

봉숭아 잎에 붙은 누에보다 큰 맹충이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옆집 삽작거리에 해바라기씨 빼먹다가

옆집 할머니한테 뒤지게 혼났습니다

 

호박꽃에 벌이 들어가면

꽃을 오므려 따서 팔을 빙빙 돌린 다음

땅바닥에 패대기쳐 벌꿀을 빨아 먹었습니다

 

텃밭 가장자리에 모여 핀 꽃이

조팝나무꽃이란 걸 철이 들어 알았고

동그락산 성묘길 도랑에서 톡톡 터지던 꽃이

물봉선화란 걸 스무살 넘어 알았습니다

 

어쩌면 고향 뒷산에도 구절초가 피었을텐데

어머니가 가꾸시던 봉선화 채송화 사루비아

백일홍만 기억 속에 폈다졌다 합니다

 

문득 마흔 언저리 때

영동 초강천 가는 길 가에서 만난

가는잎구절초 꽃이 생각납니다

 

광철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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