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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ㅣ자연ㅣ뉴스

인류 10대 난제, 수소 혁명

by 라폴리아 2017. 9. 7.

무공해·무진장 궁극의 에너지 … 수소시대 카운트다운

산소 만나 물로 변하며 생긴 전기 / 발전소·자동차 동력으로 사용 / 2020년께 수소전기차 본격 경쟁 / 2040년엔 수소 기반 경제체제로

 

수소를 액체로 바꾸면 효율 좋은데 영하 253℃까지 내리는게 숙제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엔 ‘수소 전기 하우스’가 등장했다. 서울시와 수소전기차 분야의 글로벌 선두주자인 현대차가 수소에너지 체험 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현대차는 ‘차세대 수소전기차’도 공개했다. 수소전기차는 교통수단뿐 아니라 집 안의 주전력선과 연결해 발전소 대신 가전제품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터리팩 역할도 한다. 현대차는 한 번 충전으로 580㎞ 이상 달리는, 업그레이드된 수소전기차를 내년 초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전기차 역시 연료전지에 충전한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얻은 전기로 움직인다. 수증기 외에는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세계적 경제·사회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말한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2002)』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일까. 한화에너지와 현대차의 말을 빌리면 머잖아 가정과 산업에 필요한 전기는 수소연료 발전소에서 공급받고,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자동차는 수소연료전기차로 대체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석유나 석탄은 19세기 한때 지구촌의 등잔불을 밝혀줬다가 이제는 영화(하트 오브 더 씨·2015)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고래기름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원유가 한 해 국가 전체 수입액의 25%를 차지하는 한국 경제가 에너지 자립의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메탄, 물 상태로 존재하는 수소를 분리하는 게 숙제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고, 공해도 배출하지 않는 이상적인 에너지원이다. 바다와 강을 채우고 있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뤄진 물에서 얼마든지 수소를 뽑아낼 수 있다. 수소는 산소와 만나 물로 변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수소연료전지가 그것이다. 수소 그 자체를 화석연료처럼 태울 수도 있다. 로켓엔진의 연료가 대표적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수소를 쓰고 나면 다시 물로 재순환되기 때문에 고갈될 걱정이 없다. 사실상의 ‘무한 에너지원’이다. 석탄·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에너지로 쓴다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면서 지구온난화의 위기까지 막을 수 있다. 리프킨은 『수소경제』에서 “수소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인류가 강한 힘을 얻게 되면서 사상 초유의 진정한 민주 에너지로 등장할 전망”이라며 “수소에너지가 기존의 경제·정치·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이상적인 에너지원을 왜 여태까지 잘 쓰지 않았을까. 가장 흔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수소의 이율배반적 특성 때문이다. 수소는 자연 상태에서 단독으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산소(O)나 탄소(C) 등과 결합된 형태로 존재한다.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서는 또 다른 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분리해내야 한다. 수소를 2차 에너지 또는 에너지 저장수단이라고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수소를 대량생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천연가스인 메탄을 고온·고압에서 수증기로 분해(CH4+H2O→H2+CO2)하는 것이다.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역시 한정된 자원인 천연가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과, 생산했을 때 수소와 동시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이 외에도 제철공장이나 석유화학공장의 공정 중에 발생하는 수소가 있다. 이게 바로 부생 수소다. 현대차가 수소전기차를 내놓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방법의 수소 공급이 현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수소전기차 50만 대가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부생 수소가 만들어지고 있다.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은 물을 전기분해하는 것이다. 전기를 이용해 수소(H) 둘과 산소(O) 하나로 이뤄진 물(H2O)을 분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역시 전기와 같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전기분해로 물에서 수소를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개발실장은 “2020년부터 수소전기차 시장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도기적으로는 부생 수소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수소를 쓰겠지만 궁극적으로 태양광 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수소 생산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요국들은 최근 수소경제 시대 선점을 위한 고삐를 죄고 있다. 올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현대차·도요타·BMW 등 완성차업체와 셸·토털 등 에너지기업 13개 업체로 구성된 수소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들은 이날 화석연료 대신 무공해 에너지원인 수소연료를 국제사회가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회원사들이 앞장서 수소를 미래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것이며, 각국 정부와의 협업을 통해 수소연료 상용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14년 4월 밝힌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수소사회의 실현을 명문화했다. 2030년까지 수소 충전소 900기 구축, 수소전기차 8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수소 생산 기술인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은 2020년대 중반께 만족할 정도의 효율을 확보할 것”이라며 “2040년께면 수소의 대량생산 체제와 함께 저장·운송·유통 인프라를 갖춘 수소경제가 본격적으로 꽃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2차 에너지는?

1차 에너지는 가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되는 에너지를 말한다.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필두로 수력·지열·장작·목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1차 에너지를 변환·가공해 얻은 전기·도시가스·코크스 등을 2차 에너지라고 한다. 수소도 자연 상태에서는 홀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에너지원을 넣어 어디에선가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2차 에너지로 분류된다.

[출처: 중앙일보 2017.9.6일자 '무공해·무진장 궁극의 에너지 수소시대 카운트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