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협의 '정원 소요'에서
*인생은 그렇게 엇박자로 흘러갑니다. 늦게 철들어 생명의 귀함을 깨닫고 정원을 알려고 하니
그 정원의 주인은 계시지 않고 그가 평생 가꿔온 정원만이 남아있습니다.
*이 책은 정원의 이미지를 선물처럼 새겨주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존경의 표시이며,
우리에게 영혼의 선물로 수목원을 남겨준 민병갈 원장에게 바치는 소박한 답례입니다.
*정원은 비록 인공으로 만든 자연이지만 순수하고 신성한 노동과 몰입의 공간이며,
생명과의 교감을 통한 치유와 희망의 공간이고, 생각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적인 공간입니다.
*우리나라 전통의 정원들은 사대부나 반가의 부속공간으로써 소박하면서도
풍류와 은유, 여백과 격을 보여주는 철학적 사유의 공간이었습니다.
*서양식 정원은 노동의 수고가 필요한 생산적 공간이고,
육체와 정신의 몰입을 통한 자기 위안과 생명과의 교감을 얻게 되는 감성적 공간이며,
다양한 나무와 초화로 구성하여 사계절의 시각적 즐거움을 공급하는 위락공간이기도 합니다.
*각종 꽃들이 순차적으로 꽃을 피우는 개화과정은 밤하늘의 불꽃 축제 같다고 할까,
각기 다른 모양과 색상, 향기로 표현되는 이 꽃 릴레이는
사람이 만드는 세상의 그 어떤 축제나 퍼레이드보다 황홀하고 감동적인 생명의 축제입니다.
*1년 중 이 짧은 순간의 황홀한 만남을 위해 흙을 일구고, 김을 매고, 가지를 치고,
방제를 하며 고단한 몸과 굽은 허리, 새까맣게 익은 얼굴을 감수하고,
잡초와 벌레와의 전쟁을 치르며 지난한 고통을 이겨내야 합니다.
*정원은 살아있는 생명의 집합체라 그 사랑을 교감하고 전하는 정원사가 떠나면
그 정원은 온전하지 않습니다. 타샤의 떠남이 안타까운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정원이 부디 남아있는 사람들에 의해 잘 유지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DNA를 물려주신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