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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ㅣ자연ㅣ뉴스

이름값

by 라폴리아 2016. 3. 25.

하는 일 마다 실패에 실패를 겪고 있던 허씨는 그 마을에 이름 잘 짓기로 소문난 작명가를 찾아갔다. 차조지종을 고백하고 이름을 바꾸었으면 한다고 애기했다. 작명가가 이름 석 자 박힌 명함을 받아들더니,
"이 이름 가지고는 거지 팔자야! 이 이름 가지고는 되는 일이 없지."
그리고 이름을 쓱쓱 지어 주었다.
"이건 철학이야. 이제는 만사형통일게야. 가서 뭐든지 해봐."
허씨는 싱글벙글 명함을 바꾸어 찍었다.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일들을 계획하고 그럴 듯하게 사업을 벌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이전보다 하던 일이 더 안 되는 것이다. 계획했던 일들이 아무 소용이 없었고 시작했던 사업이 사상누각처럼 힘없이 무너져 갔던 것이다. 얼마 지나면 괜찮겠거니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났는데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는 빈 털털이가 되었다. 다시 3년 전 그 작명가를 찾아갔다. 명함을 내밀었더니 3년 전과 똑 같은 얘기를 한다.

"이 이름 가지고는 쪽박이야. 이 이름 가지고는 되는 일이 없을 게야. 이름 바꿔."
화가 난 허 아무개씨는 작명가의 멱살을 붙들고 흔들었다.
"야 이놈아! 이 이름 돈 받고 네가 지어준 이름이야. 이 이름가지고 사업시작하고 계획했다가 쫄딱 망했어."

그러고는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홧김에 방문을 걷어차고 나오는데 뒤에서 작명가는 말했다.
"이름이 중요한게 아니고 이름값하고 사는 게 중요한 거야!"

 

10여년 전 유명했던 실화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금강휴계소 부근 다리 위를 지나다가 길이 미끄러워 강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모두 사망하고 강에서 유일하게 한 사람만 생존했었는데 그 사람의 이름이 공교롭게 '강유일'이었다. 그래서 그 이름 덕택에 살았다고 당시에 많이 회자 된 이야기다.

 

사람에게 이름이 있는 것은 이름값을 다하라고 지어준 것이요, 그 뜻대로 되라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름대로 소원성취만 바라고 아무렇게 살면서 어떻게 훌륭하게 성공하기를 바라겠는가? 이러한 개인의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책의 이름과 그 값을 다하는 것이다.



대통령(大統)은 법률적으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수반하는 자, 혹은 행정부를 대표하는 자'인데 한국의 경우 전자에 속한다. 그리고 대통령이란 뜻은 한자로  '큰 것을 거느린다'란 의미가 있다. 거느린다는 말의 본질은 통치나 지배개념보다 국민의 안녕과 질서를 책임 진다란 의미이다. 가장이 가족을 거느린다하는 것은 가족의 생계와 모든 위협으로 부터 책임을 진다는 의미와 마찬가지이다. 그러기에 대통령의 이름값은 고유의 업무 외에도 특히 서민들의 애환을 뜨거운 가슴으로 끌어안고  극빈자들의 고통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힘없는 민초들의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가'의 뜻은 '정사를 다스린다'는 말도 되지만 '정사의 잘못된 병을 고친다'는 의미가 더 크다. 그래서 정치가들의 이름값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해 섬기는 충복이란 기본적인 자세는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덕목이고, 국가와 백성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합리성과 중용을 잃는 정사가 있다면 국민의 편에 서서 바로 잡아나가야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를 권력의 도구로 착각하고 오용 및 남용하는 정치가는 국민들이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 유권자는 선거라는 주인적인 권리를 가졌기 때문에 투표권 행사로 말해주면 된다. 지난번 선거가 끝난 뒤 어느 정치인이 "국민의 뜻을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했다. 무슨 뜻인지 이해는 되나 한편으로 걱정스럽다. 지역과 계층마다 다른 정서와 욕구를 어떻게 화합과 조화로 엮어 갈 것인가에 대한 우려이다. 국민의 뜻에 귀를 기우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뜻을 하늘의 뜻에 맞추어 화합과 화평을 도모해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지만 본질적이고 원리적으로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천심이 민심'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직책 끝에 은사( 恩師) 등 '스승 사'자가 들어가는 사람들은 잘 가르치기도 해야 하지만, 자신이 그렇게 살아감으로 본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온통 가증스러움이 판치는 세상이라 사람은 말에 감동하기보다 '행동하는 양심'에 감동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이름값을 다 하기 위함이다. 짧은 일생, 매일 매순간마다 자기의 개인이름의 뜻과 직책에 합당하게 살고 있는지 깊이 관조하며 산다면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알찬인생이자 곧 성공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