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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

추억여행

by 라폴리아 2015. 7. 31.

 

흑백 TV는 리모콘이 없어서 채널을 직접 손으로 돌렸고, 화면이 잘 안나오면 한 사람이 뒤안에 가서 실외안테나를 좌우로 돌려가며 안테나 방향을 맞췄다. 또한 문이 달린 TV도 있었고, 열쇠가 있는 TV도 있었으며 거의 다리가 네 개였다.(대한전선, 이코노TV)

친구들과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김일 '홍수환 '유제두' 같은 선수의 스포츠 경기와 '여로 '팔도강산 '아씨' 같은 드라마, '전투 '육백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원더우먼' 등 외국 드라마를 보았다.

어머니는 새벽부터 부억에 나가 아궁이에 나무를 때서 밥을 지었고, 할아버지는 쇠죽을 끓였다. 또한 농사일을 도와야만 했고 일이 끝나면 해가 져 어두워질 때까지 동네 아이들과 '썰매 '딱지치기 '다마치기 '팽이치기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땅따먹기 '숨박꼭질 '가이생 '새총 '고무총 '나무칼싸움'과 '다방구'를 하며 놀았다. 이따끔 하늘에서 삐라가 떨어졌고 그것을 학교에 갖다 바쳤다.

'황금박쥐 '타이거마스크 '마린보이 '아톰 '캔디 '은하철도999 '마루치아라치 '똘이장군 '마징가Z '그랜다이져 '짱가'와 같은 만화영화를 환장하며 보았다.

 

우리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다. '라면땅 '크라운산도'와 같은 과자와 '쫀디기 '달고나' 같은 불량식품을 먹고 자랐으며, 온 동네에 화약총 소리가 울려퍼졌다.

운동회 때는 하얀 체육복을 입었고 '곤봉 '마스게임 '덤블링 '오재미던지기 '단체무용' 등을 무수히 연습했다. 하교길에 애국가가 울려퍼지면 왼쪽가슴에 손을 얹고 가던 길을 멈춰 섰고, '새마을운동'에 아침에는 온동네에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라는 노래가 울렸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을 아무 뜻도 모르고 외웠고, '기미년 삼월일일~' 하는 3.1절 노래와 '무찌르자 공산당~' 하는 6.25노래도 배웠다.

기생충검사를 위해 학교에 대변봉투를 냈고, 겨울이면 고주박이나 장작을 교실에 가져갔다. 늦은 봄이면 박카스병으로 잔디씨를 채취해서 학교에 냈고, 방학과제에는 옛날 물건을 꼭 제출하라고 하였다. 봄에는 고사리손으로 식목을 하였고, 봄에는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었다.

교정에는 이순신장군 동상과 반공소년 이승복 동상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셨단 소리를 듣고, TV에서는 영정사진만 몇 일동안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죠다쉬 '빌리진 '뱅뱅 '써지오바렌테 '핀토스' 등의 청바지를 기억하고, 쇼비디오쟈키에 나오는 뮤직비디오가 참 재미있었다. 올림픽을 보면서 손에 손잡고를 따라 불렀고,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한국에 와서 '싸랑해요 밀키스' 라고 떠드는 걸 TV 광고에서 봤다. 천녀유혼의 왕조현이 한국에 와서 "반했어요 크리미"라고 하는 것도 봤고,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좋아하는 노래를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했으며, 팝송을 한글로 적어 따라부르곤 했다.

'런던보이스 '왬 '모던토킹 '아바'라는 외국 가수들을 통해서 '고고댄스'란 걸 알았고, 친구들과 카세트와 기타를 어깨에 메고 모닥불 피워놓고 밤새도록 놀았다. '썬데이서울'이나 '건강다이제스트'를 기억하며. '플레이보이' '팬트하우스'와 같은 외국 성인잡지를 친구들과 돌려보면 어떤 녀석은 볼만한 페이지를 몰래 찢어가곤 했다.

교복을 입고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학과목에 교련과목이 있어 제식훈련, 총검술과 구급법을 익혔다. 큰 도시에는 시내버스 토큰도 있었지만, 10~20원 하던 차비를 아끼려 자전거나 도보롤 통학하였다. 구내식당에서 사먹던 라면과 찐빵 맛을 잊혀지지 않는다.

'이미자 '남진 '나훈아 '하춘화 '조미미 '배호 '펄시스터즈 '김상희 '윤항기 '패티김 '조영남 '이종용 '이용복 '이현 '정미조 '김정호' 등의 가요와 '장현 '양희은 '어니언스 '서유석 '이장희 '트윈폴리오' 부터 '남궁옥분 '소리새 '해바라기 '이문세 '이연실'과 같은 통기타 포크송을 즐겼고, '들고양이 '사랑과 평화 '산울림 '다섯손가락 '이치현과벗님들'을 비롯하여 대학 가요제에서 배출한 '라이너스 '샌드페블스 '휘버스 '영사운드 '블랙테트라 '건아들 '송골매 '해오라기 '노고지리' 등 그룹사운드 음악을 들었다. 조용필과 이용, 전영록도 기억하며 묘하게 그때는 그 중 한 명만을 좋아했다. '이선희 '김현식 '이상은 '김광석 '유심초'를 좋아했고 그러다 나타난 '서태지와아이들'의 노래에 세대차이를 느끼고, 한 때에는 나이트와 학사주점 등에서 밤문화를 풍미하였다.

희한하게도 우리는 이렇게 제도의 변화란 변화는 모두 겪으며 그렇게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중요한 고비마다 닥쳐왔던 불리한 사회적 여건을 원망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벌써 50세가 넘어간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던 과거가 영화처럼 머릿속으로 옛 추억이 되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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