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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떠나는 쓴소리 경제학자|서울대 이준구 교수

by 라폴리아 2015. 2. 12.

경제정책 목표는 성장률 극대화 아닌 국민 행복 최대화

교정 떠나는 '쓴소리 경제학자' 서울대 이준구 교수

 

이준구(65)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상이 좋았다. 선해 보이는 얼굴에 웃음도 많았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도중 ‘까칠한’ 질문에도 웃음과 평정심을 잃지 않고 진지한 설명을 이어갔다. 천생 ‘선생’이랄까. 미국 뉴욕주립대까지 포함하면 35년간 미시경제학과 경제학원론, 재정학 등을 주로 가르쳐온 경제학 교수지만 한반도대운하, 신자유주의, 증세 등 사회·경제적 이슈와 관련해 정부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분견이 웃을 일”이라고 하는 등 아주 거친 비판으로 대학강단을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31년간 몸담았던 서울대 강단을 오는 28일 떠나는 이 교수를 지난 2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633호 교수연구실에서 만났다.

 

원래 언론 기고나 인터뷰도 잘 안 했는데, 정부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적 발언을 많이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교수의 역할은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소신을 밝히고 영향을 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강의실에서 소통이 중요하다고 본 거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글을 쓴 게 노무현정부 말기부터였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 우리 사회에 보수 편향이 심해졌다고 느꼈어요. 노무현정부에서도 바람직한 부분이 분명 있거든요. 그런데 그때 도매금으로 매를 맞지 않았습니까. 그다음 노무현정부 경제정책이 엉망이라고 이명박 후보가 공격했는데, 사후적으로 보면 노무현정부 아래에서 경제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게 대부분 인식이에요. 평균 성장률이 당시 4.3%이고 이명박정부는 2.9%예요. 당시 이명박 후보가 주장하는 대로 성장률 높이는 정책을 썼으면 더 나빴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위적인 부양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비록 욕을 먹더라도 키를 확실히 잡고 건실하게 나아가는 게 뭐가 나쁘냐는 의미죠. 우리가 7∼8% 고도성장하다가 4%로 가면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게 맞는 방향이에요. 당시 우리 잠재성장률 자체가 5%로 떨어진 상황이었거든요. 그때 부양을 하라는 건 경제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라는 압력이라고 느꼈어요.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경제를 건실하게 운영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 교수답지 않은 거친 어투로 특히 4대강 사업을 비판했는데요.

한반도 대운하가 저를 사회평론가로 데뷔하게 했어요. 한반도 대운하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농담으로 생각했어요. 당선되면 접겠지 싶었죠. 어불성설이거든요. 예를 들면 인천에서 강릉으로 뚫으면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부산에서 서울로 뚫는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왜냐면 이미 그와 비슷한 해로가 있고 얼마든지 싼 길이 있기 때문이죠. 경제성 측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리고 중간에 지대도 높아지는데 그 코스트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그런 대규모 공사로 인한 환경 파괴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이에요. 아무리 경제성이 있더라도 환경 파괴가 그 정도 일어난다면 접어야 해요. 그런데 전혀 개의치 않고 땅을 판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죠. 그래서 반대하는 글을 썼는데, 읽은 지인들이 이러더라고요. ‘평소 톤과 다른 것 같다. 평소 잔잔하게 쓰는 사람이 조잡할 정도로 선언서를 쓴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러나 저는 글에는 자기의 감정적 상황이 담겨 있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격앙돼서, ‘이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때는 거친 표현을 쓰는 게 맞는 거죠. 그래서 거친 표현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만약 평소대로 잔잔한 톤으로 썼으면 전달력이 떨어졌을 거예요.

 

특히 이명박정부 정책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이명박정부에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 중에는 감세정책도 있어요. 이미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20년 전에 감세정책을 실험해 봤지 않습니까. 1982년에. 그러면 미국 감세정책이 미국 경제를 활성화했는지 연구가 미국에서 끝난 셈이거든요. 1990년대 말에 아무 효과가 없었다고 결론이 난 거예요. 그런데 2008년에 뜬금없이 이걸 한국에 들여왔으니 말이 되느냐 이거죠. 이런 섣부른 실험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준다면 좋은 정치가 될 수 없는 거죠.

 

지금 증세 논쟁이 당시 감세의 영향을 받은 건가요.

그렇죠. 감세의 긍정적 효과는 경제 활성화고 부정적 효과는 세금부담이 고소득층 위주로 줄어든다는 거예요. 미국 신자유주의적 조세개혁도 마찬가지고, 이명박정부도 그렇고 부유층에 이득이 되는 거예요. 조세 징수액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부유층의 부담이 줄어드는 역작용이 있단 말입니다. 거기에서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고 남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 부담만 안고 있어요.

 

재정 감소가 복지정책 축소를 가져왔기 때문인가요.

그렇죠. 미국 신자유주의는 저소득층에 아주 잔인한 정책이었어요. 최저임금을 아주 인색하게 운영했거든요. 레이건 대통령 임기 8년간 단 1센트도 오르지 않았어요. 그동안 물가는 30% 이상 올랐거든요. 신자유주의가 노동 공급을 늘렸다, 이건 말이 안 돼요. 어쩔 수 없이 일한 거예요. 신자유주의자들이 방점을 두고 말하는 게 세율이 높아서 일할 의욕을 잃었다, 세율을 낮춤으로써 일할 의욕을 줘야 한다는 건데 사실이 아니에요. 저축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는 저축률이 낮지 않아 큰 문제는 아니에요. 그러나 미국 경우 저축이 늘어났다는 증거가 없어요. 다만 조세 혜택을 안 받는 저축에서 조세 혜택을 받는 저축으로 형태만 바꾼 거예요. 총체적 저축 크기는 그대로고요. 그리고 투자도 전혀 안 늘었어요. 미국에서 투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미국 신자유주의 정책은 세 가지 측면에서 완전한 실패예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이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없어요.

 

결과적으로 나중에 경제성장률 지표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명박정부이기 때문에 빠르게 탈출한 것 아닌가요.

그거 완전 거짓말이에요. 제가 논문 쓴 게 있는데 보여드릴게요. 홍콩, 한국, 대만 성장률을 비교한 거예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보면 2009년 0.3%였다가 2010년 6.3%가 돼요. 이게 이명박정부가 자랑하는 건데, 우리가 잘한 게 아니에요. 싱가포르, 대만, 홍콩 경제성장률 수치를 보면 명백해요.

 

그런데 유럽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잘한 것도 있지 않나요.

거긴 파동의 진원지니까 그렇죠. (서류를 살피더니) 여기에 있네. 우리가 2010년 경제성장률이 6.3%였는데, 그해에 싱가포르 14.8%, 대만 10.7%, 홍콩 7.1%예요. 2011년 우리가 3.6%일 때 싱가포르 4.9%, 대만 4.0%, 홍콩 5.0%예요. 그리스 이런 데처럼 폭탄 떨어진 곳과 비교하면 우리가 잘한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에요. 우리와 비슷한 곳은 우리보다 더 잘했어요.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 사실은 국민을 기만한 거예요. 2010년, 2011년은 신흥국에게는 상당히 좋았던 시기예요. 왜냐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죽었고 유로존 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이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이명박정부를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정직하지 못하다는 거죠. 4대강도 그렇지만 유리한 정보만 보여줘요. 예를 들면 홍수피해가 없었다고 하는데 지난 10년간 4대강 본류에서 홍수피해가 난 적이 없어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미 우리나라 잠재적 성장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이 성장률 확충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던 거 아닐까요.

제가 보기엔 747 공약이 허황된 건데 그걸 무엇으로 달성하려고 했느냐 하면 첫째가 고환율 정책이에요. 둘째는 토목공사예요. 정부 지출이 늘면 성장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본 거죠. 그런데 그건 성장 동력과는 상관이 없는 거예요. 747 공약 중 7이라는 게 재임 중 일시적인 성장률이라면 실현된다 해도 의미가 없는 목표예요.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7%로 높이는 게 진정한 의미의 성장이에요. 토목공사나 고환율 정책으로 7%를 달성한다는 건 애당초 잘못된 플랜이죠. 달성도 못했지만요. 그렇게 보면 이명박정부는 운이 좋았어요. 글로벌 금융위기가 안 났으면 뭐라고 변명했을까 싶어요. 변명하기 딱 좋게 일어났어요. 그게 없었으면 허황된 공약이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겠죠. 7%는 불가능해요.

 

이 교수는 이명박정부를 거의 F학점 수준으로 지나치게 ‘짜게’ 평가하는 것 아닌가 싶어 질문 포인트를 약간 돌려봤다.

 

정권이 바뀔 때 사회적 발언을 하다 보니 노무현정부를 두둔하고 이명박정부는 비판하는 것처럼 비치는데, 반대로 말할 부분은 없을까요.

노무현정부 초기에 혁신도시니 뭐니 해서 땅값을 올려놓고 부동산 폭등을 일으킨 건 무리수를 둔 거예요. 그러나 노무현정부는 그게 잘못된 것을 알고 진화에 나섰거든요. 또 종부세로 세금폭탄을 떨어뜨리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그건 잘못된 거죠. 아주 정치적이지 못한 발언이죠. 그러나 최소한 자기네 실책을 인정하고, 교정하려고 노력했어요. 반대로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일으키지 못해서 안달인 정책을 썼잖아요. 그건 안 되는 거죠.

 

노무현정부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 FTA를 추진한 건 어떤가요.

기본적으로 전 FTA를 찬성해요. 좌파적이라고 비난받는 노무현정부가 다른 행보를 걷지 않았습니까. 평가받을 만한 사안이에요. 또 하나 문제를 꼽자면 노무현정부는 교육정책으로 과욕을 보였어요.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현행 입시제도가 최악의 입시제도라고 봐요.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우리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모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요. 불확실성이 너무 심하잖아요. 입학사정관제 아래에서 스펙 쌓기 경쟁이 벌어지는데 교육당국이 스펙 쌓기는 도움이 안 된다고 자꾸 강조하지만 그걸 누가 확신할 수 있겠어요.”

 

이명박정부에 대해서는 감정을 실어서 얘기하는 면이 있는 것 같은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요.

정말로 최하점을 주고 싶죠.

 

전체적인 점수는 최하점이라고 해도, 100개 중 1개는 잘한 게 있을 텐데요.

그럼 예를 좀 들어봐 주세요. 예를 들면 그중 하나 골라볼게요. 저는 생각나는 게 없어요.

 

신자유주의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인 느낌입니다.

영국의 경우 국영기업, 노동조합 문제가 워낙 컸단 말이에요. 그래서 수술이 필요했어요. 그게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기 힘들다고 봐요. 그리고 대처리즘이 궁극적인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에요. 영국 경제가 그 뒤로 세계경제 스타가 된 것도 아니잖아요.

 

영국 경제가 그 후 더 좋아진 거 아닌가요.

아니죠. 유로 국가 중에서 제일 뜬 건 독일이죠. 독일은 전통적으로 신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멀었죠. 사회통합, 질서, 노사화합 이런 것들을 강조해요. 독일한테도 배울 게 많다니까요. 왜 우리는 미국만 배우려고 하죠.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내총생산(GDP)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삶 개선과 행복이거든요.

 

신자유주의를 벗어나서 우리가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성장률의 극대화를 항상 추구하는데,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성장률 극대화가 아니라 삶의 질을 어느 정도까지 최대한 개선할 수 있느냐가 돼야 해요. 일례로 규제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규제가 도입된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환경, 안전 이런 목적이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 요인만 보지 말고, 긍정적 측면도 보고 경중을 잘 따져서 생각해 봐야 해요. 그러나 규제를 ‘암덩어리’라고 규정해 버리면 부정적인 것만 보겠다는 뜻이에요. 제가 신자유주의 위험성에 대해 가장 크게 지적하는 것도 그 점이에요. 규제완화, 정부부문 축소, 감세정책 이 세 가지가 핵심 아닙니까. 바로 그 규제완화가 월스트리트에서 나온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흉 아닙니까. 규제완화의 그런 위험성을 알아야 해요. 삶의 질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면 경제 활력을 어느 정도 떨어뜨리는 것이어도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거죠. 제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건 바로 그런 균형감각이 없기 때문이에요.

 

박근혜정부 들어 내수시장 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 정책을 시도하고 있잖아요.

내수시장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감해요. 그러나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금을 많이 주면 국내 부유층, 외국인 투자자들만 배를 불리죠. 내수진작에는 도움이 안 돼요. 그리고 임금을 많이 올려주는 정책은 대기업 위주로 흐를 거예요. 그런데 이미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임금을 많이 주고 있어요. 역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요. 결국 문제는 내수가 진작되려면 엄청난 저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한 가지 생각해볼 만한 거는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계열구조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단가 후려치기를 해서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고 이윤을 확보한다고 해요. 단가 후려치기를 자제하면 상생이 되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노사정 논의가 진행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정년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줄이고 여러 방법으로 고용을 연장하거나 지속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그건 긍정적인 방향이에요. 요새 직장인들 보면 밤 11시, 12시 퇴근하잖아요. 사람을 조금 더 많이 뽑아서 일자리를 나누는 게 필요해요.

 

노동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네요.

그렇죠. 개개인을 너무 쥐어짜지 말고 여유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자는 의미예요. 최근 어린이집 사건을 두고 제가 평론한 게 있는데 한 달에 130만 원 주고 하루 11시간 일하라고 하면 애들한테 잘해줄 사람 많지 않아요. 우리는 흔히 사회복지 지출을 쓰레기통에 처붓는 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거든요. 그 사람들이야말로 소득이 늘어나면 다시 소비 지출을 할 사람들이에요.

 

이쯤 해서 최근 최대 화두가 된 복지와 증세 문제로 화제를 옮겼다.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당연히 필요하다는 게 교수님 생각 같은데요.

당연히 증세해야죠. 증세 없는 복지가 어떻게 가능합니까.

 

증세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을까요.

일단 이명박정부의 감세 정책을 원위치시키는 게 중요해요. 법인세율 인하, 최고소득세율 인하, 이걸 원위치시켜야 해요. 그리고 최고소득세율이 1억5000만 원부터 38% 아닙니까. 1억5000만 원 버는 사람이랑 15억 원 버는 사람이랑 똑같이 38% 적용받는 건 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최고세율은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봐요. 그럼 ‘부자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그럴 일 없어요. 김앤장 변호사가 어디 가서 영업하겠어요. 인도에서 하겠어요, 미국에서 하겠어요. 우리나라 성형외과 의사들은 어딜 가서 영업하겠어요.

 

그 외에 다른 조치는 뭐가 있을까요.

“부가가치세를 1% 올리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일단 법인세, 소득세부터 손질하고 부가가치세를 올리는 게 순서겠죠.

 

화제를 이 교수의 전공분야인 경제에서 벗어나 정치로 옮겨봤다. 사회 참여적 글을 써온 만큼 타 전공분야에서도 달변을 쏟아낼 수 있을까.

 

지금 박근혜정부가 경제정책뿐 아니라 국정 전반이 난맥상입니다. 지지율도 노무현 전 대통령 때보다 낮아졌고요. 너무 큰 위기가 아닌가 해요.

무엇보다 서민들에게 ‘조금만 참으면 된다’, 이런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잖아요.

 

현 정부가 이렇게 망가진 ‘키포인트’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일단 박 대통령의 자질 문제가 심각하죠. 국정을 운영하려면 국정 비전, 사람 관리 등 총체적 능력을 갖춰야 해요. 이명박정부는 기업 운영 마인드로 국가를 운영했어요. 기업 운영이 서울시 운영, 국가 운영으로 이어진 거죠. 그런데 서울시는 기업과 다르고 국가는 서울시와 달라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치명적인 결점이었어요. 박 대통령 역시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봐요. 사실 지금껏 박근혜라는 인물은 정치에 깊게 관여한 적이 없어요. 주변 사람에 의한 옹립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

 

박 대통령이 과거에 얽매여 있다고 보나요.

그 부분도 크다고 봐야죠. 아버지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아버지처럼 운영하면 잘될 텐데’ 이런 생각인 것 같아요.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어요. 이제는 박정희 리더십이 안 통해요. 소통, 봉합, 이런 게 중요한 시대가 됐어요.

 

창조, 혁신 등 정부 주도로 이런 부분을 내세우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요.

너무 막연하죠. 창조, 혁신의 여건이라는 건 밑에서부터 나오는 거죠. 달달 볶는 그런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자생력, 창조력을 키우게 하는 교육이 중요한데 그런 건 하나도 안 해요. 그리고 기업 또는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R&D)을 긴 안목에서 서포트해야 하는데 그런 걸 안 해요. 정치적인 구호다 보니까 밑바닥을 다질 수 없는 거죠. 구호만 남발해요. 정치인들의 기본적인 한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