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양반길 2코스｜잊지 못할 갈은구곡의 시원한 족욕

고향 트레일을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은 진작 먹고 있었다.

이 친구 저 친구 동행이면 더 좋겠으나 혼자 가는 산행도 괜찮겠다.

 

운교

 

운교리 선유대펜션에서 반시계방향으로 트레일링을 시작했는데....

 

옥녀봉고개까지 가는 동안 코스를 네 번 잃었다. 시작점이 애매했으며, 아가봉 등산로는 그냥 지나쳐야 했고, 송문리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진행하며, 옥녀봉 등산로를 따라가면 되었다. 시작점부터 곰넘이재 구간은 대부분 시멘트로 포장하거나 비포장한 농로여서 햇빛을 직접 받는데다 지열이 올라와 더 덥고 지루했지만, 농민들이 땀흘리며 농사짓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고, 들은 한창 벼 콩 고구마 깨 등이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자라고 있었다. 옛날 힘겹게 농사지으시던 어른들이 말할 수 없이 그리웠다.

일기예보는 29°c였는데, 비 내린 뒤라 습하고 바람없이 후덥지근하여 턱밑으로 뚝뚝 땀을 떨구며 걸었다.

 

농로를 지나 곰넘이재로 향하는 산길에 접어들면서 만나는 도랑 

 

곰넘이재를....

 

내려가면...

 

사기막리와 옥녀봉으로 갈리는 삼거리의 이정표

 

가장 굵은 뽕나무

 

옥녀봉고개에 올라서면 옥녀봉 정상까지는 300m. 시원한 고갯바람을 쐬며 땀을 식히고....

 

나무 그늘막 아래의 완만한 내리막길 3km를 기분좋게 통과하면....

 

갈은계곡이 환상처럼 나타난다. 곰넘이재와 옥녀봉고개를 넘어오며 흘린 땀을 씻으며 족욕을 즐길 수 있다.

 

갈은계곡(葛隱溪谷)

갈은계곡은 계곡 초입에 갈씨 성을 가진 사람이 은거했다 하여 붙은 이름. 괴산 출신으로 통정(通政) 중군(中軍)을 지낸 전덕호(全德浩·1844~1922)가 설정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9개의 곡마다 한시를 바위에 음각한, 전국에서도 흔하지 않은 계곡이다.

 

갈은구곡은

1곡 장암석실(場碞石室)....마당바위 석실

2곡 갈천정(葛天亭)....갈천씨(葛天氏)가 노니는 정자

3곡 강선대(降僊臺)....신선이 내려온 대

4곡 옥류벽(玉溜壁)....구슬같은 물방울이 맺히는 절벽

5곡 금병(錦屛)....비단 병풍

6곡 구암(龜嵒)....거북이 형상을 한 바위

7곡 고송류수재(古松流水齋)....고송(古松) 아래 흐르는 물가에 지은 집

8곡 칠학동천(七鶴洞天)...일곱 마리의 학이 사는 동네

9곡 선국암(仙局嵒)....신선이 바둑 두는 바위

 

대하역사소설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의 할아버지인 홍승목(洪承穆)과 국학자 이능화의 아버지 이원긍(李源兢) 등의 이름이 새겨진 7곡 고송유수재((古松流水齋), 7마리 학이 노닐었다는 8곡 칠학동천(七鶴洞天), 신선들이 해가 저물도록 바둑에 심취한 9곡 선국암(仙局岩)은 별천지의 풍광을 자랑한다.
1곡에서 9곡까지 2㎞ 남짓한 갈은구곡은 구곡의 기원인 중국 푸젠성(福建省) 무이구곡(武夷九曲)처럼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요한 골과 맑은 물은 여름철 피서에 적격이다.

 

갈은9곡 선국암

 

엉덩이바위

 

9곡 선국암(仙局岩)

신선이 바둑을 두던 자리라는 바둑판바위 네 귀퉁이에는 ‘四老同庚(사노동경)’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네 분의 동갑내기 노인들이 바둑을 즐겼다는 뜻이다.

 

 

갈은7곡 고송류수재(古松流水齋)

U자형을 이룬 바위지대 가운데로 계류가 흐르는 곳이다.

왼쪽 바위벽에 ‘葛隱洞(갈은동)’ 글자가 음각되어 있다.

갈은동 글자 오른쪽 벽에는 조선조 때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조부이자 이조참관을 지낸 홍승목(洪承穆),

구한말 국어학자 이능화의 아버지이자 이조참의를 지낸 이원극(李源棘)의 이름도 음각되어 있다.

오래된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우측에는 정자터가 있으며, 부엌자리 등이 남아있다.

 

 

갈은5곡 금병. 비단 병풍처럼 둘러싸 암벽

 

 

갈은4곡 옥류벽. 바위가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인 절벽 아래로 구슬 같은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갈은6곡 구암(龜嵒)

 

 

 

 

유리알처럼 맑고 깨끗한 계곡

 

 

갈은계곡 초입에도 물놀이하기 좋은 곳이 많다.

 

 

갈은2곡 갈천정(葛天亭)

 

갈은1곡 장암석실(場岩石室)

 

갈은동문(葛隱洞門)...계곡 물속에 십자가 형상이 있다.

 

넓직한 암반은 화양구곡 '파천'을 닮았다.

 

갈은동문(葛隱洞門)에서 여기 출렁다리까지는 1.6km 20분 거리

 

출렁다리 하류

 

운교리 이런 길을 반복한다.

 

 

선유대 하류

 

선유대에서

 

선유대 상류

 

 

 

저 멀리 큰 기와집이 운교리 출발점

 

운교리목교

 

종점에서 뒤돌아보는 전망

 

산행 중에 만난 야생화....원추리,꼬리조팝,개망초,다래

 

12.6km 6시간30분이 걸렸다.

 

 

<산행 메모>

*양반길 2코스는 절반의 성공인 것 같다. 코스의 50%나 되는 포장길,비포장길,농로를 걷는 길의 해가 너무 뜨겁고 지루하다.

*속리산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의 말에 의하면, 갈론 마을에서 출발하여 아가봉, 옥녀봉, 갈론마을을 돌아오는 코스(4시간30분)가 최고라고 한다.

*사진이 깊이가 없어 보인다. 디카라서?

*평점★★★ 난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