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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춘추

화곡초등학교 느티나무

by 라폴리아 2012. 9. 27.

 

 

빼곡한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햇살이 쏟아진다.

수백 년은 됐음직한 우람한 나무줄기에 비해 부드럽게 뻗어나간 나뭇가지마다 아기 손같은 작은 이파리들

이 햇살에 반짝인다. 세월의 풍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고목에 앙증맞게 돋아나는 연둣빛 잎새들이 더욱 싱

그럽다.

새 잎이 돋고 무성한 나무그늘을 드리우다, 갈색 잎을 떨어뜨리고는 다시 빈 몸으로 돌아가기를 벌써 수백

번째 되풀이하지만 나무에게도 봄은 늘 마음 설레는 계절일 것만 같다.
 

느티나무의 고장 괴산...

괴산읍으로 향하는 34번 국도 곳곳에는 느티나무들이 유난히 많다. 괴산(槐山)의 지명이 느티나무 괴(槐)

에서 비롯되었음을 실감한다. 언뜻 보아도 수백 년은 족히 됐음직한 아름드리나무들이다.

고목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살기 좋은 땅이라는 반증이랄까. 그 옛날 비옥한 괴산 땅에 사람들이 모여들

어 마을을 이루었고, 마을마다 심은 나무가 거목이 되도록 마을을 지켜온 것이리라.

우람한 풍채에 사방으로 고르게 뻗어나간 넉넉한 품에 안기자 마치 고향 어귀에서 부모님 먼저 반겨주던

정자나무를 만난 듯 마음마저 뭉클해진다.
 

 

 

화곡초등학교의 운동장 위에는 숱한 풍상을 겪어온 느티나무가 있다.

“자연과 가까이 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참 밝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이해를 잘해줘요.”
1학년 꼬마들을 인솔해온 신진옥(52)선생님의 표정도 아이들만큼 행복해 보인다.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이 곳곳에 흩어져 재잘거리며 느티나무 곁으로 모여 든다.

벤치 사이를 껑충거리며 뛰는 아이,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는 아이, 동화책을 읽는 아이……, 들쭉날쭉한

아이들 키만큼이나 노는 것도 다양하지만 한결같이 환한 얼굴이다.

리고 느티나무는 전교생을 다 품고도 여유가 있다. 
 
"제가 이 학교 학생이었을 때도 저 느티나무가 저만 했어요,  우리는 변해가도 나무는 늘 그 자리에서 반겨

줍니다."
5-6학년 두 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윤석관(55) 선생님은 이 학교 21회 졸업생이다.

애정 어린 눈빛으로 나무를 바라보는 윤선생님의 머리에는 어느덧 하얀 서리가 내려 앉아 있었다. 
 
 

실제로 수령 480년 된 이 느티나무에 대한 졸업생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해마다 개교기념일(6월 12일)이면 동문들이 모여 느티나무에 고사를 지낸다.

동문들이 갑자기 세상을 뜨는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고사를 지낸 다음부터는 아무 탈이 없다고 한다.

어릴 적 심심할 때 친구가 되어 주었던 나무, 친구들과 말타기 놀이를 하던 나무는 이제 졸업생들에게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졸업생들은 일년에 한번씩 나무 곁으로 다시 돌아와 그 품에 안기면서 나무가 그들의 안녕과 평온을

지켜준다는 믿음을 키워가고 있다.
  
운동장 위에서 학교를 지키고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과 졸업을 지켜보았을

무수한 세월을 생각한다. 앞서 살아온 사람들은 가고 그들의 애절한 사연과 간절한 소망만을 나이테처럼

차곡차곡 간직한 채 다시 새로운 아이들의 슬픔과 아픔을 다독여 왔을 나무, 그 품으로

들어가자 천년 동안 되풀이되어온 사람 삶의 굽이굽이가 말없이 전해지는 듯 하다.

수백번이나 계속되었을 봄이건만 검은 고목에서 새로 돋아나는 여린 잎새들은 여전히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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