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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

7년만에 엄마를 부른 딸

by 라폴리아 2018. 10. 8.

결혼한 지 2년만에 남편에게 딸 아이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친엄마가 그 아이를 키우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우리가 결혼한 걸 알고는 자신도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며 아이를 시댁으로 보냈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이혼을 하네 마네, 사기결혼이다 뭐다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시댁을 갔는데 아이가 시부모님 눈칫밥을 얼마나 먹었는지, 우리가 가니 안절부절하며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저녁을 먹을 때 아이를 부르지도 않는 시부모님의 인성을 보며 학을 떼고, 그 길로 아이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답니다. 주변 사람들이 참 멍청하다”, “지 무덤 지가 판다는 둥 별에 별 소리를 다 들었지만, 내가 어렸을 적 모든 식구가 뿔뿔이 흩어져 작은 집에서 기숙하며 먹던 눈칫밥 때문이었는 지, 아이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지 벌써 7년이 지났네요. 그 동안 식구가 셋에서 넷으로 늘었고, 우리 아들은 이제 20개월이 되었네요. 중학생 된 그 딸 아이는 어제까지 아니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를 아줌마라 불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라고 불러줄 수 없느냐는 내 물음에 아이가 대답을 못하길래, 그래 그럼 기다릴께. 엄마는 언제까지든 기다릴께라고 했는데, 그 기다림의 끝이 드디어 오늘이네요.

 

딸이 방학이라 동생과 많이 놀아주니, 덕분에 나도 맘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고, 오늘은 시간이 좀 남길래 오랜만에 실력을 발휘해서 스테이크와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었는데, 딸이 엄마. 설거지는 내가 할께요라고 하네요. 너무 놀랍고 말할 수없이 기뻤지만 내가 너무 크게 반응하면 딸아이가 놀랄까 싶어 고맙다고 말하고는 얼른 방으로 들어와서 어디든 말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남편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하는 소리를 밖에서 아이가 들은 눈치네요. 제가 그 만큼 흥분했었나 봅니다. 방을 나와서 둘째 아이 목욕물을 받고 있는데 아이가 다가와서 엄마, 고마워요. 앞으로 잘할께요라고 말하며 황급히 자기 방으로 들어가네요. 물 받는 소리에 묻혀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일은 아이가 곁을 내주지 않는 것이었는데 이제야 곁을 내어 주네요. 다른 아이들은 한창 사춘기다 뭐다 반항할 시기인데 이렇게 사춘기를 맞는 저 어린 것의 지난 날이 참 가슴 아프기도 하고, 기뜩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어깨가 약간 무거워 지는 것 같습니다. 누구한테든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 사랑으로 잘 키우렵니다.


출처 : 블로그 반딧불이의 따뜻한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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