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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

가장 좋은 나이

by 라폴리아 2016. 1. 25.

가장 좋은 나이

 

해가 바뀌면 나이 한 살 더 먹습니다. 어릴 적에는 나이 먹는 것이 좋았지만, 철이 들수록 나이 드는 것이 두렵습니다. 혼기를 넘긴 남녀들은 새해가 되면 곤혹스럽기까지 합니다. 새해 인사를 할 때마다 ‘올 해는 결혼해야지’라는 부담스러운 덕담을 들어야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어떤 이들은 결혼의 압박을 받지 않았던 십대, 이십대 때를 그리워합니다. 머리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몸 여기저기에 이상 신호가 오는 나이가 되면 젊었을 때가 좋았지 하면서 한창 일하던 나이 삼십대 사십대 때를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그럼 어느 때가 가장 좋은 나이일까요?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열두 명의 방청객에게 어느 때가 가장 좋은 나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린 소녀가 대답했습니다. “두 달 된 아기 때요. 모두가 가까이에서 보살펴주잖아요. 그리고 모두가 사랑해주고 관심도 보여주니까요." 또 다른 어린이가 대답했습니다. “세 살이에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고 하루 종일 놀 수 있잖아요." 십대 청소년이 말했습니다. “열여덟살입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자동차를 몰고 어디든지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달려가도 되니까요." 성인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스물다섯살이 제일 좋은 나이죠. 혈기 왕성한 나이니까요." 마흔세살인 그는 이제 야트막한 고개를 오를 때조차 숨이 가쁘고 스물다섯 살 때는 한밤중까지 일을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지금은 저녁 아홉 시만 되면 잠이 쏟아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떤 이는 마흔이 인생의 정점이고 활기도 남아 있어 가장 좋은 때라고 했습니다. 어떤 숙녀는 쉰다섯이 되면 자식을 부양하는 책임감에서 놓여나 인생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좋은 나이라고 했습니다. 예순다섯 살이 좋다는 남자는 그 나이에 직장을 은퇴한 다음 인생을 편안하게 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방청객 가운데 대답을 하지 않은 사람은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모든 사람들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고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나이가 다 좋은 나이지요. 여러분은 지금 자기 나이가 주는 즐거움을 마음껏 즐기세요."

 

사계절이 다 좋은 계절이듯이 모든 나이가 다 좋은 나이입니다. 그런 평범한 진리를 잊고서 과거가 좋았다, 앞으로가 좋을 것이라면서 현재를 살지 못하는 우리 자신이 어리석을 뿐입니다. 과거는 기억 속에 머물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우리는 오직 현재만 살아갈 뿐입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소중한 것을 잊지 맙시다.

 

Carpe diem이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습니다. “이 순간에 충실해라.", “지금을 즐겨라" 라고 번역할 수 있는 말입니다. 현재가 중요하다는 격언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란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란다. 바로 이 세 가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란다. 그게 우리가 이 세상에 있는 이유란다.” 비록 삶의 모습은 큰 변화 없이 반복되지만 그 삶은 보는 시각은 크게 변화될 수 있습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에 숨겨져 있는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혜안을 청해봅니다.

손희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