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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

시아버지의 문자 메세지

by 라폴리아 2013. 1. 4.

시아버지의 문자 메세지

 

내겐 핸드폰이 두 개다.

한 대는 내 꺼고 다른 하나는 하늘나라에 계신 시어머님 것이다.

내가 시부모님께 핸드폰을 사드린건 2년전 두 분의 결혼기념일에 커플 핸드폰을 사드렸다.

문자 기능을 알려드리자 두 분은 며칠 동안 끙끙대시더니 서로 문자도 나누시게 되었다.

그러던 올 3월 시어머님이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셔서 유품 가운데 핸드폰을 내가 보관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아버님이 아파트 경비 일을 보러 나가신 후 '띵똥'하고 어머님 핸드폰으로 문자 메세지가 들어왔다.

"여보,오늘 야간조니까 저녁 어멈이랑 맛있게 드시구려."

순간 난 너무 놀랐다. 혹시 어머니가 돌아 가신 '띵똥'충격으로 치매 증상이 온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몰려 왔다.

그날 밤 또 문자가 날아 왔다.

"여보, 날 추운데 이불 덮고 잘 자구려. 사랑하오!"

남편과 나는 그 문자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남편은 좀 더 지켜 보자고 했다.

아버님은 그 후

"김 여사 비 오는데 우산 가지고 마중 가려는데 몇 시에 갈까요? 아니지? 내가 미친것 같소. 보고 싶네"

라는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메세지를 보내지 않으셨다.

 

그 얼마 후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어미야.오늘 월급날인데 필요한거 있냐? 있으면 문자 보내거라."

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 아버님 동태 2마리만 사오세요"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아버님이 사오신 동태로 매운탕을 끊인 후 소주 한 잔과 함께 아버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아직도 네 시어미가 문을 열고 들어 올 것만 같다. 그냥 네 어머니랑 했던대로 문자를 보낸거란다.

 답장이 안오더라. 그제야 네어머니가 돌아 가신걸 알았다.

 모두들 내가 이상해진것 같아 내 눈치를 보며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던 것도 안다. 미안하다."

 

그날 이후 아버님은 어머님 핸드폰으로 다시 문자를 보내지 않으신다.

하지만 요즈음 내게 문자를 보내신다. 지금 나도 아버님께 문자를 보낸다.

"아버님. 빨래하려고 하는데 아버님 속옷은 어디다 숨겨 두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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