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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월담 회고록

by 라폴리아 2007. 2. 27.

월담 회고록


평산 신씨 33대 장손으로 태어나

괴산의 남한강 상류 기슭에서 자랐노라

세상에 일은 많고 많지만

일생을 농사로 꿈을 키우며 살았노라


생남했다 이웃 사람들 축하 받으며

출중한 영특함은 출세를 기대했건만

어렵던 가세 점점 기울어

고교 중퇴하며 교사 꿈 접었소


뱅골 마을 어여쁜 처자와 열여섯에 혼인하여

한평생 오붓하게 애틋한 정 나눴네

소대장과 즐거었던 청평댐 보트놀이에

고참 졸병과 나눈 전우애 군대추억 새롭구나


서른 셋에 사과나무 오십 주 심고

오천 평 과수원 대농 이룬 사십년 역정

사과밭 오르는 꿈 같은 언덕에

나무 한 그루 돌멩이마다 서린 내 손길


앞논에 얼음 얼면 손주 며느리들과

스케이트 타고 싶던 맘 너흰 아느냐

큰애비 전화 배달 송어회가 그렇게 달콤했는데

한 번으로 끝나니 너무나 섭섭하구나


칠십에 배운 컴퓨터는 다정한 친구였고

손자 손녀 며느리들과 이메일로 대화하였소

게이트볼 대회 나가 대상 금상 휩쓸고

피라미 낚시 솜씨 누가 따라올 소냐


담배 연기 내뿜으며 시름 달랠 제

가슴은 바짝바짝 말라벼렸구나

생로병사라더니 점점 병 깊어가고

일일구 구급차에 몸 맡겼소


당신 두 손 잡고 세상 하직하려니

샐아생전 인생역전 주마등 같구료

힘든 농사 맡기고 나 먼저 가서

미안하기 그지 없구려


평생 사랑했던 당신 남기고

이렇게 가려니 두 눈 아니 감기오

다섯 애들에게 당신 맡기니

너무 심려 말고 건강장수 하시요


도란도란 웃음꽃 피던

그 때 그 추억 아직도 생생한데

당신과 못다 한 사랑

저승에서다시 꽃피워 봅시다.


2007년 2월 27일

  월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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