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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차 Key

by 라폴리아 2016. 2. 23.

차 Key


출근하려고 도어 핸들 버튼을 누르니 아무 응답이 없습니다. 키를 안갖고 내려온 겁니다. 다른 옷 주머니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별 걱정없이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엊저녁에 분리수거할 때 입었던 옷을 살펴봤으나 키가 없는 겁니다. 아무래도 길바닥에 떨어뜨린 것 같아 주차장을 수색하고, 경비아저씨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트렁크에 뒀던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할 때 휩쓸려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 폐지자루와 비닐자루를 들춰보는 등 어디 있을 만한 데를 몇 번이나 찾아봐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보험사와 현대자동차에 긴급출동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LIG에서는 앞문을 열어줄 수는 있어도 시동이나 키 제작은 안된다고 하고, 현대자동차에서는 집 근처의 열쇠제작소에 연결만 해준다고 하고, 열쇠제작소에서는 스마트키를 제작하는 데 12만원(예비키,보조티 제외)이라며 15분 후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날씨가 쌀쌀해서 집에 들어가 잠시 기다리다 다시 키 있을 만한 데를 생각해 봅니다.


그 순간, 조금 전까지 쳐다보지도 않던 보스턴백에 눈길이 갔고, 엊저녁에 켰던 후라쉬가 생각 나서 후라쉬와 건전지를 저장하는 지퍼백를 열어보니 그 안에 키가 버젓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환희였고 반가움이었습니다. 후라쉬를 넣을 때 키를 같이 넣어버린 것입니다.

이것 또한 나이 들어 벌어지는 해프닝 중 하나일 것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이런 일들이 더욱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테니 이제 나이 먹는 게 점점 더 두렵습니다. 덕분에 출근길이 1시간 지연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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