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trekking)은 ‘느긋한 걷기’라는 뜻으로 대자연 속에서 심신을 단련하는 슬로우 스포츠(slow sports)다. 남과 경쟁하는 스포츠와 달리 안전하고 편안한 종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 국내 트레킹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스위스는 트레킹의 천국이다.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며 느리게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2008년 스위스 모빌리티(Switzerland mobility)가 가동된 후 스위스의 트레킹 인구는 매년 15%씩 늘고 있다.
스위스 모빌리티는 스위스의 독특한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걷기를 비롯해 산악자전거·스케이팅·카누잉을 즐길 수 있는 142개의 루트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전국의 길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관리한다. 스위스 모빌리티는 친절하다. 루트가 모두 그려져 있는 지도를 보면 복잡하지만 코스에 들어서면 짧은 거리마다 촘촘히 서 있는 안내 표지판 덕분에 쉽게 길을 찾는다. 욕심낼 필요도 없다. 스스로 만족할 만큼 걷고 나면 그만이다. 다시 출발지로 돌아갈 수 있는 연계 교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취리히 트리에믈리(Triemli)역에서 주크에 이르는 47번(38㎞) 코스 체험을 계획했다. 하루가 꼬박 걸리는 여정이었지만 갑자기 비가 내려 2시간 만에 포기했다. 돌아오는데 문제가 전혀 없었다. 산 중턱 곳곳에 설치된 케이블카가 기차역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모빌리티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은 상세한 코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고도· 날씨·시설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페트 마이어(39)는 3대(代)가 함께 걷고 있었다. 그는 “홈페이지에서 코스의 경사도를 보며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코스를 찾았다. 안전하고 즐겁게 걸을 수 있어 자주 참여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모빌리티가 6년간 운용되는 동안 별다른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특별한 안전교육을 하지 않아도 스위스 국민이 높은 안전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스포츠를 즐기면서도 안전문제에 둔감한 편인 우리가 꼭 가져야 할 의식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국민체육활동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생활체육으로 걷기(트레킹)를 가장 많이(31.8%)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레킹이 인기를 끄는 만큼 인프라 확충과 안전시설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생활체육트레킹학교는 트레킹을 보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민생활체육트레킹학교는 문경새재·소리산·계룡산·청계산·북한산·도봉산·아차산 등 서울 10개소와 지방 5개소 등 총 15개소에서 ‘트레킹 학교’를 열고 있다. 매주 2~3회 전문 강사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장비 사용법·호흡법·보행법·응급처치 등을 교육한다.
2014.11.12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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